40년 전통의 극단 성좌가 피터 섀퍼의 극 '블랙 코메디'를 15~31일 대학로 '알과 핵'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1965년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됐으며 1967년 브로드웨이에 진출, 극 평론가들에게서 최고의 희극이라는 찬사를 받은 '블랙 코메디'는 연극 '에쿠우스' '신의 아그네스'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극작가이자 평론가 섀퍼의 극이다. 국내에서는 1982년 극단 성좌가 첫 공연을 한 후 1994년까지 5차례 무대에 올렸던 작품으로 매회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제130회 정기공연으로 다시 선보인다. 허영심 가득한 무명의 조각가 브린즈 밀러가 약혼녀의 아버지와 자신의 작품을 보러오는 백만장자를 맞이하기 위해 몰래 이웃 골동품 수집가의 가구를 자기 방으로 옮겨 장식한 뒤 돌연 정전이 일어나며 암흑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약혼녀와 약혼녀의 아버지, 골동품의 주인, 밀러의 진짜 애인 클레아, 정전사고를 수리하러 온 전공, 백만장자가 어둠 속에서 등장하며 뒤엉켜 소동이 일고 불이 들어오면서 결국 모든 거짓이 들통나게 된다. 작품은 여러 해프닝들을 통해 물질문명에 대한 공포와 비판, 인간 이면에 감춰진 허구성과 잔혹성 등을 해학과 풍자로 승화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진실을 즐겁게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보잉보잉' '날 보러 와요' '가스펠' 등을 연출했던 송훈상 극단 성좌 상임연출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으며 지미리, 조주현, 김효신, 장설하, 홍성숙, 윤돈선, 조영신(사진) 등이 출연한다. 극중 대사에 등장하는 '갈수록 험악하고 속된 세상'이라는 말 그대로 변해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웃음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작품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