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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에 나올 법한 세일러 교복에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발그레한 볼과 큰 눈망울의 소녀가사무라이 칼을 휘두르며 악당과 싸운다. 짧은 치마를 입고 걷기도 힘든 하이힐을 신은 채 말이다. 영화'써커펀치(sucker punch)'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현실에선 예쁘고 가녀린 미소녀들이 상상 속에선 섹시하고 파격적인 전사로 변신해 싸운다는 내용으로 남성용 엔터테인먼트의 총 집합체라고도 할 만하다. 작품의 연출자는 우리나라에 '짐승남'열풍을 몰고 왔던 영화 '300'의 잭 스나이더 감독. 영화가 아닌 광고 및 뮤직비디오 연출부터 시작한 그는 '새벽의 저주'로 영화 감독에 데뷔한 이래 '왓치맨', '가디언의 전설' 등에서 화려한 영상미를 선보여 탁월한 비주얼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소녀들을 이용해 그의 장기를 펼쳐 보이는 시도를 했다. 영화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시작된다.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국 듀오 유리드믹스의 'sweet dreams'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베이비 돌(에밀리 브라우닝)'이 어떻게 정신병원에 갇히게 됐는지 대사 없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베이비 돌이 정신병원에 갇힌 이후부터 영화는 액자식 구성을 보여준다. 베이비 돌의 상상 속에서 정신병원은 '물랭루즈'를 연상시키는 클럽이고 환자들은 그곳에 갇혀 춤을 춰야 하는 매춘부다.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베이비 돌이 춤을 출 때면 영화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빠진다. 클럽에 갇힌 소녀들이 사무라이 칼과 최첨단 무기를 지닌 전사로 변신하는데 탈출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소녀들의 모습은 마치 게임을 연상시킨다. 이 같은 구성은 꿈 속의 꿈을 담았던 영화 '인셉션'의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복잡해진 구성에도 불구 긴장감은 떨어진다. 박진감 넘쳐야 할 액션 장면도 슬로 모션이 남발돼 감독의 장기였던 화려함 대신 지루함이 남는다.'불시에 날리는 기습공격'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스토리도 관객들에게'기습적'일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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