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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7월 22일] '팍스 시니카'의 허실과 우리의 선택

중국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望京)에서 자동차로 20분가량 북쪽으로 달리면 징청(京承)고속도로 우측에 고려영(高麗營)이라는 마을이 있다. 대형 온천단지가 들어서 있고 연근을 키우는 농가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이곳이 1,3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살던 ‘코리아 타운’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해석이 분분해 혹자는 우리 고구려의 영토였다고 말하고 혹은 고구려 유민의 수용소였다고 주장한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당 태종을 격퇴하고 여세를 몰아 베이징 지역까지 점령했다는 야사가 전자의 근거지만 사람들은 당나라 같은 아시아 최대 강국을 약소국인 고구려가 점령했을 리가 없다는 후자의 추론에 더 귀를 기울인다. 동아시아에서 수천년간 패권국가로 군림했던 중국이 졸지에 반(半)식민지로 전락해 굴욕의 세월을 보내다가 이제 다시 세계 중심국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G2’의 한 축으로 떠올랐고 이젠 ‘팍스 시니카’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들릴 정도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차 대전 직후 ‘팍스 브리태니커’시대의 종언과 ‘팍스 아메리카’의 개막을 예고하며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듯 그로부터 다시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인류는 또 다른 ‘하나의 시대’가 끝나는 시점에 서 있는 것일까. 기자의 생각으로는 ‘팍스 아메리카’의 종언을 고할 ‘팍스 시니카’의 시대가 그리 쉽게 올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군사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에서 중국은 아직 미국과 차이가 크다. 그나마 경제력에서 30년쯤 뒤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게 돼도 1인당 GDP는 미국의 5분의1 수준이다. 여기에다 중국은 심각한 내부문제를 안고 있다. 빈부격차와 지역불균형, 압축성장에 따른 복합 모순들, 그리고 정치ㆍ사회ㆍ문화 전반에 걸쳐 개혁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이 모든 것들이 ‘팍스 시니카’를 향한 중국의 전진을 가로막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ㆍ외교ㆍ군사 등 모든 부분에서 분명히 강해졌고 이런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당장 중국 기업에 취업하는 한국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 한국인 직원을 두는 일도 흔해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국의 발전이 우리의 이익으로 직결되도록 방향을 잡고 이를 실행할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부실한 대(對) 중국전략을 올바로 가다듬고 부족한 중국전문 엘리트를 제대로 키운다면 ‘팍스 시니카’는 우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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