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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GB) 해제지구 공공택지 아파트의 전매제한 추가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현재 주택시장의 상황이 제도 도입 당시와는 크게 다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시세차익에 따른 투기 우려는 고사하고 과도한 전매제한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유입조차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꽁꽁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군불을 지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분양 당시 '반값아파트'로 불리던 보금자리주택 등 그린벨트 해제지구 공공택지 아파트의 과다한 시세차익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했던 제도를 불과 몇 년 만에 대폭 완화함으로써 공공성 시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매제한이 완화되면 오는 7월부터 2년 이상 전매제한을 받는 총 59개 단지, 4만6,793가구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전매제한 완화로 거래 활성화 유도=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전매제한 완화조치가 주택거래 활성화로 이어져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계속된 주택시장 침체로 주택사업이 위축되고 있고 전매제한으로 실수요자의 진입이 어려운 상태"라며 "분양성적이 양호한 일부 지역에만 청약 과열현상이 발생하고 그 외 지역은 미분양이 증가해 분양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완화조치로 경기(3만3,670가구), 서울(9,237가구), 인천(3,886가구) 등 총 4만6,793가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수혜지역은 입지적인 장점을 갖춘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다. 지난 2011년 1월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분양한 '세곡LH푸르지오(912가구)'의 경우 인근 시세보다 70% 미만의 분양가로 전매기간과 거주의무기간이 각각 8년, 5년이었다. 하지만 전매제한기간이 절반 수준인 4년으로 줄어들면 당장 내년부터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
서울 송파구 인근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서 전매제한을 완화할 때 LH나 SH 등 공공기관에서 지은 아파트를 포함하지 않고 민영주택만 완화했다"며 "만약 LH 아파트까지 전매제한이 완화되면 주택거래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성 시비는 불거질 듯=정부가 주택거래 및 내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매제한 완화 카드를 꺼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은 비닐하우스나 무허가 건물 등으로 훼손된 그린벨트를 개발해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 서민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명분으로 2008년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당시 시민단체와 일부 학계에서는 "그린벨트를 푼 혜택이 당초 취지와 달리 민간 건설업체의 분양수익과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세력들의 이익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린벨트가 갖고 있는 공공성 훼손을 우려했다.
2013년 8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율현동 '강남 한양수자인' 82㎡는 당초 분양가 3억원대보다 1억~1억2,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평형별로 1억원 정도 높게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이 때문에 도시의 개발과 팽창을 막고 주변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지정돼 있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짓는 만큼 서민의 주거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현재의 전매제한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주택 건설은 그린벨트라는 공공성을 갖고 있는 지역을 해제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현재의 전매제한기간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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