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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월 16일] 혈우병 치료환경 구축 협조를
입력2010-04-15 18:14:19
수정
2010.04.15 18:14:19
혈우병은 기독교 성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 질환으로 혈액 내의 출혈을 멎게 하는 응고인자가 결핍 또는 부족해서 출혈시 지혈에 어려움을 겪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현재는 좋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외부에서 응고인자를 보충함으로써 쉽게 지혈할 수 있게 됐다. 한국코헴회에 등록된 국내 혈우병 환자는 2,000명 정도로 등록되지 않은 환자를 포함하면 약 3,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혈우병 치료환경 구축 협조를
일반적으로 혈우병성 출혈이라 하면 겉으로 보이는 출혈만 생각하기 쉬운데 혈우병 환자들의 경우 관절ㆍ근육ㆍ장기 등 신체 내부에서도 출혈이 일어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어난 출혈을 제때 지혈하지 못하면 관절 장애 등 합병증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평상시 신체의 출혈 징후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응급상황 발생시에도 병원에서 치료만 잘 받으면 일반인과 다름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보건당국이 혈우병 치료를 위해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는 데 반해 환자들이 체감하는 치료환경은 불안하기만 하다.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건강보험제도, 치료를 위한 약물공급은 선진국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 일상생활에서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환자 관리 시스템은커녕 혈우병 치료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치료제를 구비한 종합병원조차도 수도권에 단 네곳에 불과하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치료제 처방을 위해 먼 걸음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러는 생사의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 치료제가 없어 그대로 응급상황에 노출되는 일도 생긴다. 한편 환자 자신이나 부모 등이 질환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쉽게 조치할 수 있는 출혈임에도 불구하고 병을 키워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보다 50여년 먼저 혈우병 치료를 시작한 많은 나라에서는 혈우병 치료센터를 집중 지원, 육성해 모두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영국ㆍ미국 등에서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혈우병 치료센터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치료센터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치료제를 구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혈우병 전문의, 정형외과 전문의, 재활의학 전문의 등으로 치료팀이 구성돼 혈우병과 관련된 모든 치료를 제공한다.
또 신체적 활동의 제한을 받는 환자들을 위해 정신건강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꾸려진다. 이에 따라 혈우병 치료센터는 혈우병에 의한 환자 사망률과 진료비를 감소시키는 등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혈우병 치료센터 설립을 위해 정부에서는 기금 지원 등으로 인센티브 제공에도 힘썼다.
한편 현재 국내 혈우병 치료는 소수의 소신 있는 의료진이 많은 위험과 희생을 감수하며 진료에 임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의사와 병원이 혈우병과 같은 희귀질환 치료시 보험재정 삭감 등의 리스크를 안고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우병 치료를 소신 있는 의료진의 희생에만 맡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보건당국 체계적 지원·보호 기대
혈우병 치료센터가 마련되면 의료진이 보험재정 삭감에 따른 위험부담 없이 혈우병 환자 진료에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치료제가 구비된 병원에서 보건당국의 지원과 보호를 통해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4월17일은 혈우병 극복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전세계 혈우병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혈우인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혈우환우뿐만 아니라 소수의 희귀난치성 출혈 질환자들이 보건당국의 체계적 관리로 건강을 지키고 사회ㆍ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보건당국과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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