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월6일 새벽, 미국이 시간을 앞당겼다. 서머타임제를 적용한 것. 오전2시를 가리키는 시침은 3시로 옮겨졌다. 매년 4월 첫째 일요일을 기준으로 삼던 서머타임 시작을 3개월 앞당긴 것이다. 반발은 거의 없었다. 사정이 워낙 급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서머타임을 적용한 배경은 석유파동. 1973년 터진 4차 중동전 이후 아랍 산유국들이 원유생산을 줄이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소비국에 대해서는 공급을 끊자 세계경제가 흔들렸다. 전쟁 전까지 배럴당 2달러선이던 유가는 단박에 10달러선으로 치솟았다. 철강ㆍ자동차ㆍ석유화학업종이 주로 타격을 받아 미국 자동차업계에서만 1월 중 4,000여명이 직장을 잃었다. 석유무기화의 위력은 산유국들도 놀랄 만큼 컸다. 오죽하면 슐레진저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산유국들의 석유공급 중단에 따른 산업 마비를 좌시하지 않겠다. 무력사용도 불사한다’며 공식 경고하고 나섰을까. 에너지 절약이라면 모든 게 통하는 시절, 하루에 수만배럴의 기름을 아낄 수 있다는 닉슨 행정부의 서머타임 기간 확대에 반론이 나올 턱이 없었다. 동절기 서머타임은 요즘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탓이다. 미국은 올해부터 서머타임(DSTㆍDaylight Saving Time) 시작(종료 10월)을 4월에서 3월로 당겼다. 하루 10만배럴의 석유 절약을 기대하는 미국은 효과를 보아가며 기간을 더 늘릴 예정이다. 우리는 어떨까. 도입 가능성이 반반이다. 재계와 정부 일각에서 조명과 난방용 전력 절감을 들며 지난해부터 도입을 추진해왔다. 노동계는 한국적 기후에서는 실효성도 입증 안된 서머타임제의 적용은 노동시간의 연장일 뿐이라며 꺼리는 입장이다.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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