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18ㆍ세종고)가 메달에 버금가는 성적으로 첫 올림픽 무대를 마치며 당당히 '아시아의 요정'으로 거듭났다.
◇'아, 곤봉…'=손연재는 11일 밤(이하 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리듬체조 결선에서 후프ㆍ볼ㆍ곤봉ㆍ리본 4개 종목 합계 111.475점을 받아 전체 10명의 선수 중 5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이 종목의 올림픽 결선에 올라 첫 메달까지 도전했던 손연재는 3위 류보 차르카시나(벨라루스ㆍ111.700점)에 불과 0.225점이 모자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예선 6위로 결선에 오른 손연재는 이날 후프(28.050점ㆍ4위)와 볼(28.325점ㆍ3위) 등 2종목 합계 3위(56.375점)를 달리며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곤봉이 또 발목을 잡았다. 예선 때 연기 중 슈즈(신발)가 벗겨지는 불운을 겪었던 곤봉에서 이날은 한 바퀴를 구른 뒤 공중으로 던진 곤봉 2개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곤봉에서 9위(26.750점)에 그치면서 종합순위도 3위에서 5위로 밀렸다. 마지막 리본에서 완벽한 연기로 28.350점을 획득했으나 종합 5위를 지켜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위 알리야 가라예바(아제르바이잔)와는 단 0.1점 차이가 났다.
◇리우 희망 쐈다=손연재는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인지도가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리듬체조의 종목 특성상 손연재는 오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 희망의 날개를 단 셈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이번 대회의 최대 성과다. 이번 종합 5위는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이다.
여기에는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손연재는 지난해 1월부터 러시아에서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은 그는 '무대 울렁증'을 없앴고 체력 안배 요령을 배워 안정적으로 결선에 올랐다.
경기를 마친 손연재는 "곤봉이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 없이 연기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돼 아직은 메달을 딸 때가 안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좀더 욕심을 부려 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운동을 겨우겨우 해왔다면 이제는 즐기면서 자신 있게 하겠다"는 그는 13일 귀국해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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