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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세계사회경제학회에 다녀와서

혁신 등한시한 세계화<br>대규모 실업문제 불러<br>노사정 대화·타협 통해<br>일자리 회복 노력해야


우리에게 SASE로 알려진 세계사회경제학회(The Society for the Advancement of Socio-Economics) 제24차 연례회의가 미국 보스턴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지난 6월 말 열렸다.

국가별 특정 학회를 기반으로 이뤄진 세계정치학회(IPSA)나 세계사회학회(ISA)와 달리 세계사회경제학회는 경제학ㆍ정치학ㆍ사회학ㆍ역사학ㆍ심리학ㆍ경영학ㆍ철학ㆍ법학 등 사회과학의 전 영역에 걸쳐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해 융복합적으로 연구ㆍ발표ㆍ토론하는 국제 학회다.

비단 학자들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자, 정부의 정책가, 시민사회의 활동가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제 학회보다 실사구시적이라 할 수 있다.

사회경제학은 경제를 자기충족적이라기 보지 않고 사회ㆍ정치ㆍ문화 안에 배태돼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도 문화가치ㆍ권력관계ㆍ사회구조ㆍ축적체제라는 맥락에서 접근한다. 일종의 통섭적 접근이다.

비단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관한 비교체제론적 연구뿐 아니라 사회경제학은 오늘의 자본주의의 내구력에 관해 성장과 분배, 정부와 시장, 조세와 복지, 자본과 노동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중심으로 그 역할과 모순을 파고든다.

이번 연례회의는 '지구적 전환:기업, 정부 및 노동에 대한 함의'라는 주제 아래 40여개국에서 300여개 분과 1,000여명이 참석했다. 오늘날 신흥국의 출현에 의해 발전국과 저발전국이라는 구분이 의미를 잃으면서 기존의 세계 질서, 국제 분업, 세력 균형, 교역 형태, 직접투자 등에서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지구적 전환은 새로운 기업-정부-노동-비정부기구(NGO) 관계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미국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진단과 처방이 매우 흥미로웠다. 세계화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력을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이동하게 만들면서 미국의 실업은 늘어나게 돼 있다.



MIT 정치학과의 수잔 버거 교수는 세계화를 어떻게 이용하든지 관계없이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않고 비용 절감, 특히 노동비용을 깎아내림으로써 세계화를 활용하는 기업은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습과 혁신을 하는 기업만이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한 그는 미국 기업의 미래를 위해 유럽식 경영방식을 택할 것을 권고했다. 기업은 노동자들과의 대타협을 통해서 그들에게 권한을 더 주고 더 많은 학습과 혁신을 통해 고임금을 주는 전략을 선택해야만 세계화 압력을 이겨내고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MIT 경영대의 토마스 코칸 교수는 미국이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엄청난 숫자의 일자리를 잃었으며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 미국이 특별한 정책으로 이를 회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사정 삼자가 현재 위기 상황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어느 일방의 주장만이 관철돼서는 일자리 회복이 불가능하고 서로 협의를 통해 일자리 회복 정책에 각각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공통의 정책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보이는 실업에 더해 보이지 않는 실업이 매우 많다. 나쁜 일자리라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독일ㆍ네덜란드ㆍ덴마크ㆍ스웨덴 등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생존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직을 줄이고 성과도 올리고 통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상생을 위한 정부ㆍ기업ㆍ노조 사이의 대화와 합의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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