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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외환 투기꾼' 소로스, 디폴트 수렁 아르헨티나 구세주로

발빼는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아르헨 자산 차곡차곡 사들여

"기초체력 튼튼 저가매수 기회" 일부 헤지펀드 투자 유도도

디폴트 야기 벌처펀드 소송서 아르헨 정부 지원사격까지


외환위기의 저승사자인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기술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수렁에 빠진 아르헨티나에 구세주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소로스는 대규모 투자로 달러 고갈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의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다른 소형 투자가들의 아르헨티나행을 선도하고 있다. 더구나 디폴트 사태를 야기한 벌처펀드와의 소송에서도 아르헨티나 정부를 지원 사격하며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투자 아이콘 된 소로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 맨해튼을 방문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의 소로스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 경제, 에너지 부문 등은 물론 최근 디폴트 사태도 논의했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소로스는 199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 자산을 본격적으로 사들였고 지난해에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만나 투자 확대를 논의했다.

로이터는 "페르난데스 정부는 걸핏하면 소로스를 아르헨티나 경제의 미래를 보증하는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소로스는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달리 아르헨티나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2·4분기에는 아르헨티나 국영 석유회사인 YPF 주식 847만주를 사들여 지분 비중을 기존의 2배인 3.5%로 늘렸다. 시장 가치는 4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소로스는 농업 기업인 다데코아그로 SA의 지분 2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로스는 국제 금융시장의 접근 기회가 거의 막힌 아르헨티나 정부에 최대 홍보거리이다. 금융 전문지인 밸류워크도 "워런 버핏이나 소로스 같은 거물들의 움직임은 일반 투자가들에게 통념을 깨는 혜안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소로스는 아르헨티나가 2001년 디폴트 사태 때 채무 재조정을 거부한 벌처 펀드 2곳과 전쟁을 벌이는데도 든든한 우군으로 등장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게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뱅크오브뉴욕(BNY)멜론에 5억3,900만 달러를 예치해 놓았다. 하지만 미 법원이 '채무 재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게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고 판결하면서 아르헨티나는 기술적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이에 대해 올 8월 소로스 가문이 운영하는 퀀텀 파트너스 등 채권자 4곳은 BNY멜론에 대해 "미국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국 법인을 통해 이자를 지급하라"며 영국에서 소송을 걸었다. 아르헨티나 재벌인 에두아르도 에우르네키안은 블룸버그에 "소로스는 금융 자원과 지식을 갖고 있다"며 "원하기만 하면 소송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내년 대선 이전이 매수 기회"= 사실 소로스는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의 외환 시장을 하이에나처럼 공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온 인물이다.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자리 잡은 것도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공격이 성공하면서부터다. 당시 소로스는 영국이 고정 환율제도인 유럽통화제도(EMS)에 묶여 파운드화가 고평가된 약점을 이용해 1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화를 팔아 치워 10억 달러의 차익을 거뒀다.

또 그는 통화 투기로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가속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유대인 저능아"라며 증오감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지난해에도 일본 엔화, 파운드화와 유로화를 차례차례 공격해 각국 외환 시장을 흔들기도 했다.

이처럼 전형적인 외환 투기꾼인 소로스가 아르헨티나에 베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아르헨티나 기초 체력은 튼튼한 만큼 이번 디폴트 사태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1%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적고 디폴트 사태도 한고비를 넘겼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0월 대통령 선거 뒤에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전환점을 맞으며 국제 금융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댄 로엡 서드포인트 회장은 올 7월 투자가 서한에서 "석유기업인 YPF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며 "내년 들어설 새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연기금 등이 빠져나오는 와중에도 일부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지펀드인 DE쇼우,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등은 아르헨티나 에너지, 금융, 통신 분야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시장조사기관인 EPFR에 따르면 올 들어 뮤추얼 펀드와 외환거래 펀드 자금도 아르헨티나 증시에 1억2,400만 달러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아르헨티나 머발(MERVAL) 주가지수는 올 들어 89.3%나 폭등했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가 600억 달러에 불과해 자금이 조금만 빠져도 주가가 추락할 수 있다. 또 페소화 가치가 급락 중이어서 환차손 위험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정정 불안이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1일 후안 카를로스 파브레가 전 중앙은행 총재 사임 이후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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