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대 국회에서 비판 받던 일 중 하나는 당의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점이었다.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200여 차례 의총을 소집했지만 박 위원장은 손에 꼽을 정도만 왔다. 그가 비대위 체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총에 2년 7개월 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뉴스가 될 정도였다. 박 위원장은 국회의 의정활동 가운데 인사청문회에도 '관례적'으로 오지 않았다.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인 자신의 위치가 주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여론은 그가 이명박 정부에 비협조적이라고 비난했고, 대선주자로서 소신을 밝힐 기회를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비박계라 불리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비판에 앞장섰다.
4년이 흐른 지금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으로 불릴 만큼 판도가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비박계 대선주자는 당과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좀처럼 얼굴을 찾기 어려워졌다. 지난 9일 열린 당 원내대표 경선에 새누리당 150명의 당선자 가운데 9명이 빠졌는데 그 가운데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오ㆍ정몽준 의원의 불참은 많은 뒷말을 낳았다. 그 시각 이 의원은 경북 문경 새재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었고, 정 의원은 표심을 잡으러 강원도 최전방에 가 있었다. 이재오ㆍ정몽준 의원은 지난 2일 18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 없었고, 이 의원은 19대 당선자의 첫 상견례에도 오지 않았다. 비박계 대선주자의 잇따른 불참은 '박근혜 당'속에 파묻힌 비박계의 기권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계의 압승일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갔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이 쇄신파 남경필 의원을 이겼지만 단 6표 차이였다. 계파 힘겨루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선 당선자가 자유투표를 한 결과다. 불참한 9명 중 대부분은 비박계였으므로 만약 모두 참여했다면 결과는 뒤바뀌었을지 모른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물론이거니와 엿새 뒤 열릴 전당대회에서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친박계 인사가 독식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비박계 대선주자는 일당독재라고 독설을 쏟아내기 전에 주어진 기회이자 의무를 저버린 자신부터 탓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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