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일까. 바로 지난 12일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술집 주인을 이동통신사에, 음식을 싸 들고 식당을 찾은 손님을 카카오톡에 빗대 이야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비유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며 고개를 저었다. 쉬운 예시이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나온 엉뚱한 비유로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카카오의 '보이스톡' 서비스 이후 관련 토론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에는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2주간에 거쳐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이에 질세라 19일에는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같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문제는 이들 토론회에 나오는 사람이나 이야기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단골 손님이며 이통사나 포털업체에서의 대외협력(CR) 담당 임원도 마찬가지다. 쳇바퀴 돌듯 비슷한 이야기가 접점 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토론회를 주최하는 곳이 정치권이라는 점이다. 정보기술(IT)업계 입장에서는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주요 임원들을 토론장에 내보낼 수밖에 없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토론회를 마련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곽 위원장이 IT업계 임원들에게 눈총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토론회가 전혀 알맹이가 없다는 점은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망중립성 기준안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통사 측에 편향돼 있는 해당 기준안은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정치권 주도로 열리는 토론회는 올해 말까지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속이 꽉 찬 토론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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