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에 복귀한 아나운서 정 지영이 대리번역 논란에 휩싸였던 마시멜로 이야기(원제: Don't Eat The Marshmallow...Yet!)는 ‘마시멜로 실험’에 근간을 둔 이야기이다. 정서의 안정이 IQ보다 인생의 성공에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 심리학자 다니엘 골만(Daniel Goleman)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청중들 앞에서 강연한 충동 제어에 관한 강의도 ‘마시멜로 실험’에 근간을 두고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와 다니엘 골만 강의의 토대가 된 ‘마시멜로 실험’은 60년대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박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이다. 미셸 박사는 실험에 참가한 네 살배기 아이들에게 달콤한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씩 나누어주며 15분간 마시멜로 과자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3분의 2의 아이들은 그들의 눈을 감고, 팔을 머리 위에 얹은 채, 마시멜로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기다렸고,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마시멜로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하며, 두 배로 보상받기를 기다렸다. 3분의 1의 아이들은, 미셸 박사가 떠나는 즉시 마시멜로를 먹어치웠다. 그로부터 14년 후에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정신력과 함께 사회성이 뛰어난 청소년들로 성장해 있었던 반면, 눈앞에 마시멜로를 먹어 치운 아이들은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곧잘 싸움에 말려들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대기업의 사장으로 인생에 성공한 조나단과 그의 리무진 운전기사 찰리가 등장인물로 나온다. 매일 지겨운 일상이 반복되던 찰리는 잠시의 배고픔을 못 참아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나단은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나단은 네 살 때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했었다. 조나단은 마시멜로의 유혹을 떨치려고 혼자서 뛰고 바닥에서 구르면서 참았다. 그리고 15분이 지나서 그 남자가 와서 조나단에게 마시멜로를 한개 더 주었다. 다시 참으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했다. 조나단의 마시멜로 이야기를 듣게 된 찰리는 새로운 삶에 눈을 뜬다. 조나단의 배려에 의해 찰리는 오늘의 달콤한 만족보다는 특별한 내일의 성공을 준비할 줄 아는 지혜들을 차츰 얻어간다. 배고픔을 참으면서 편의점에서 햄버거를 사먹지 않고 회사에서 시간을 기다리며 공짜로 밥을 먹는다. 지금까지 수집해온 야구 카드를 조나단이 준 노트북을 통해 비싼 값에 이득을 보며 판다. '내일을 위해 오늘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절제심이 생긴 것이다. 조나단의 성공을 그저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았던 찰리였지만 그는 점차 다른 사람들이 미처 꿈꾸지 못한 새로운 길 위에서 조나단의 따뜻한 축하를 받으며 성공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즉시 마사멜로를 먹어치운 아이들처럼 무의식적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유 영철은 동거녀가 무심코 한말이 자신의 상처를 건드렸다면서 죽여 버렸다. 정성현은 애들이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는데 싫어한다고 죽였다. 이들은 나는 괜찮지만 네가 틀렸어(I'm OK, you are not OK.)의 사고로 자기애가 병적으로 강했다.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것으로 믿었기에 자기보다 열등한 동거녀나 아이가 자신을 거부하자 살인충동을 참지 못한 것이다. 먹고 싶을 때 마음대로 먹으면 배탈이 나기도 난다. 살인을 하고 싶을 때 살인을 하면 사회적 처벌을 받는다. 마시멜로 실험에서처럼 충동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한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게 되는 과식과 달리 살인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대인관계에서의 충동 억제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사람의 기본적인 충동인 식욕과 성욕은 자기 보존을 위한 무의식적인 충동이다. "모두가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이라는 통속적인 표현에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충동인 식욕이 숨어있다. 무의식적인 충동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려면 의식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의식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은 신에 대한 의무나 권위에 대한 의무가 아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