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IP) 금융을 정책금융기관에서 시중은행으로 확대하려 합니다. 기존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 없이도 기업이 보유한 IP와 기술력으로 금융지원을 받게 되면 초기·벤처기업의 사업화 자금 조달이 원활해질 것입니다." 김영민(56·사진) 특허청장은 23일 서울 역삼동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담보 IP의 매입·수익화를 추진하는 회수지원기구(회수펀드)를 조성해 시중은행으로 IP 담보대출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며 "이미 몇몇 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수 IP를 보유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금융기관에 연결해주는 지원도 강화하겠다"면서 "IP 가치평가 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금융권이 신속하게 IP 평가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특허자동평가 시스템(SMART3) 활용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시중은행은 IP 금융에 대한 리스크를 덜고 기업은 자금공급을 받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김 청장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특허청은 지난해 KDB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과 협력해 지식재산 담보대출, 지식재산 가치평가 보증을 신설했다. 새 제도를 이용해 212개 중소기업이 IP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759억원의 자금을 투·융자 받았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청장은 "강한 특허를 만들어야 분쟁을 이겨내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며 "올해도 지식재산권의 품질을 높이는 심사를 하고 창조경제의 인프라를 만드는 특허청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담=이규진 성장기업부장 sky@sed.co.kr
올 초 창조경제타운 사이트(www.creativekorea.or.kr)에서 첫 기술이전 사례가 나왔다. 약 40글자로 '가정용 가루스틱 제조기' 아이디어를 제시한 김홍덕씨가 선급금 400만원과 매출이익의 1%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중소기업 제이텍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것.
김 청장은 "변리사로 꾸려진 특허전문가들이 선행기술 조사부터 특허출원 명세서 작성까지 지원하는 등 기술전문가의 도움으로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다"며 "김씨는 돈 한푼 쓰지 않고 특허출원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술도입 기업이 신속하게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민간IP-연구개발(R&D) 전략특화 과제와 연계해 상용화 R&D를 추가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특허청은 국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창조경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창조경제타운에 등록된 우수 아이디어 52건에 대해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구체화하고 지식재산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권리화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청장은 "올해 100건 이상의 우수 아이디어에 대해 상시적으로 구체화·지재권화를 돕고 기술이전과 사업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기술마케팅 보고서 작성에서 기술이전 협상까지 중점 지원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특허청은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인 'IP창조존(zone)'을 지역의 IP 거점기관인 지역지식재산센터(부산·대구·광주·강원)에 설치하고 창업동아리와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작교실·특허연구실·창업보육실의 단계별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규제개선에 대해 "규제부처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규제 수가 많지 않다"면서도 "등록규제나 숨겨진 규제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제도·절차 간소화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특허청은 시대에 맞지 않거나 불합리한 규제 19건을 발굴해 폐지 또는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기업활동 활성화를 위해 대표적으로 상표권 소멸 이후 1년간 타인에 의한 상표출원 금지 규제를 폐지하고 특허·실용신안 출원을 국민이 원하는 시점에 맞춰 일괄 심사하는 제도를 상표·디자인 출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허법인 설립요건으로 최소 변리사 수를 기존 5인에서 3인으로 완화하고 상표전문 조사기관 지정요건 중 인적 기준(10명 이상)에 대한 요건을 폐지하는 등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특허청은 지난해 12월부터 특허·실용신안을 대상으로 일괄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일괄심사는 제품출시 시기와 지재권 취득 시기를 맞춰 기업들의 지재권 전략수립과 포트폴리오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김 청장은 "현재 자동차 2차전지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과 오븐 조리기구를 연구하는 개인발명가 홍종호씨로부터 일괄심사 신청이 들어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허심사 처리기간도 올해 1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신속 정확하게 권리화되기 위함이다. 김 청장은 "지난해 13.2개월인 심사처리 기간을 올해 11.7개월로 앞당기겠다"면서 "내년 이후에는 연평균 10개월 이내로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또 "출원인과 소통·협력해 적정 권리를 만들고 정확한 심사를 하는 포지티브 형태로 심사방식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심사인력 17명을 증원하고 심사지원 사업 효율화, 전산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심사업무 생산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또 글로벌 지식재산 국제협력을 확대해 중복출원으로 발생하는 특허심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심사처리 기간은 글로벌 수준이지만 심사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한 실정이다. 김 청장은 "유럽·미국·중국은 심사관 1인당 연간 100건 이하인데 우리는 250건에 달한다"며 "선행기술 조사, 융복합 심사를 비롯해 심사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심사인력 보완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모자라는 인력은 자체 조직 재진단 후 심사부서로 우선 재배치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아울러 김 청장은 기술개발과 특허를 연계하는 데 아무래도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R&D 과정에서부터 특허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강한 핵심·원천 특허를 확보하도록 돕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김 청장은 "지난해 IP-R&D 사업을 통해 지원한 기업을 대상으로 성과를 분석한 결과 기술료 수입, 예산절감, 매출증대 등으로 총 5,035억원의 경제적 성과와 36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 유망기술에 대해 강한 지재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역설했다.
지재권 분쟁에서 승소해도 손해배상액이 너무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 청장은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를 분석하면 현재 손해배상액은 적정액의 14분의1에 불과할 정도로 선진국과 대비해볼 때 상당히 낮은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즉 지재권 보호제도의 실효성이 저해됨으로써 선순환적 지식재산생태계 조성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어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그는 "학계·법조계·변리사계·산업계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지재권손해배상제도개선위원회를 운영해 손해배상액 현실화와 입증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한 개선안을 마련한 뒤 특허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하한 설정, 합리적 실시료 배상, 배상액 감경규정 삭제, 증거제출 범위·대상 확대, 비밀유지 명령 활성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청장은 해외 지재권 권리화를 위한 지원도 더욱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가졌다. 특허청은 현재 미국·중국 등 전세계 21개국과 동시에 '특허심사하이웨이(PPH)'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PPH를 통하면 한국에서 특허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은 경우 공통 출원된 외국에서 우선적으로 심사를 받을 수 있고 해당 특허 등록률도 매우 높다. 그는 "중기 해외출원 지원을 위한 예산을 올해 31억원으로 46% 증액했고 1,758건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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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경북 상주 △1981년 경북대 행정학과 △1981년 행시 25회 △1983년 상공부 중소기업정책과 사무관 △1995년 세계무역담당관실 서기관 △1998년 미 위스콘신메디슨대 정책학석사 △1999년 무역투자실 구아협력과장 △2006년 특허청 고객서비스본부장 △2009년 산업재산정책국장 △2010년 지식경제부 통상협력정책관 △2011년 특허청 차장 △2013년 특허청장
현장 목소리 적극 수용… 대 - 중기협의체 만들어 분쟁 해결
■김 청장은
기술·제품 융합 맞춰 조직 칸막이도 없애
김영민 특허청장은 현장소통에 적극적이다. 취임 첫해인 지난 1년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지식재산 보호·활용에 대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현장행정의 성과도 적지 않다.
한 중소기업을 찾아갔을 때 대기업이 함께 특허분쟁에 대응하면 좋겠다는 건의사항을 듣고 즉각 이를 지원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대-중기협의체를 만들어 함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기존에는 업종별 협의체만 가동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다른 부품업체가 대기업 납품을 가로채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장의 의견을 토대로 대-중기 지식재산권(IP) 연구개발(R&D) 사업도 올해 신설했다. LS산전에서 100% 자금을 댈 테니 제품 단위로 중소기업과 함께 IP R&D를 하고 싶다는 취지를 전달하면서부터. 즉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와 완제품을 제조하는 대기업이 IP 사업화를 위해 R&D에서부터 협력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IP R&D 사업에 대기업은 참여할 수 없어 활용도와 유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김 청장은 "현장을 자주 다니면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협력해 온라인 창조경제타운 활성화와 오프라인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확산을 추진하고 기획재정부와 협력해 기술·사업성 중심의 창조금융 활성화에 나서는 등 부처 간 협력에 힘쓰겠다"며 "지난해 수립한 '지식재산 기반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5개년 종합실현전략'도 구체적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허청은 지난해 개청 36년 만에 최대 규모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허심사 조직의 칸막이를 없애고 기술·제품·서비스 간 융합기술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바꾼 것. 당초 직원들은 기존 체제도 좋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청장은 직원 하나하나와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하면서 설득했다.
그는 "더 나빠지고 바빠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컸다"면서 "이틀 만에 1,000명이 넘는 인력이 PC와 책상배치 작업을 마무리해 이를 특허청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 청장의 글로벌 행보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출원되는 특허심사를 우리 특허청이 대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의 특허심사관 5명이 현지에 파견되는 일자리 외교인 동시에 UAE와 무형자산인 지식재산 분야 협력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특히 김 청장이 중점적으로 대비하는 부분은 오는 6월 부산에서 열리는 선진5개특허청(IP5) 회의다.
그는 "전세계 출원인들이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러 나라에 동시에 특허출원이 가능한 '글로벌 도시에(Global Dossier)' 구축의 기본계획이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도시에란 하나의 포털사이트를 통해 각국의 심사정보를 일괄 조회하고 출원 한번으로 여러 나라에 동시에 출원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특허정보 시스템으로 2017년 완성될 예정이다.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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