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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치기 세제실
입력2005-01-27 16:59:33
수정
2005.01.27 16:59:33
김영기 기자 <경제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검토’라는 제목의 기사가 서울경제 단독으로 보도된 지난 13일. 재정경제부 세제실 담당자들은 이날 아침 부랴부랴 회의를 가졌다. 주제는 보도의 부인 방법.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무조건 발뺌부터 하자는 속셈이 다분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조치는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실무진에서 이미 깊숙하게 검토돼왔었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던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세제실은 이날 해명자료와 보도참고자료를 연이어 뿌려대며 후속기사 방어를 위해 온갖 힘을 썼다.
참고자료를 기자들이 보지 못하도록 구석에 숨겨두고 이례적으로 이메일 전송 대상에서 제외하는 ‘교묘한 전술’까지 사용했다. “결정된 것 없다”는 참고자료가 자칫 정책을 시행하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저녁. A그룹 임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다짜고짜 “신규투자를 해볼까 하는데 진실이 뭐야. 오보 아니냐”고 따지고 들었다. 투자의 최대 적이라는 ‘불확실성’을 기자 스스로 잉태시킨 셈이었다.
그로부터 보름도 안된 27일. 세제실은 임시투자세액공제조치를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의 8페이지짜리 문답자료를 충실하게 제공했다. 특별소비세와 맞먹을 정도로 기업의 투자결정에 중요한 세제정책이 ‘해명과 번복’이라는 촌극으로 뒤범벅되는 순간이었다.
세제실은 지난 1년 동안 ‘파란만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정책을 쏟아냈다. 종합부동산세제를 맡은 실무국장은 “9년 만에 감기에 두번이나 걸렸다”며 과중한 업무를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몰인정하게도 언론은 “조세정책이 춤을 춘다.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는 등의 비판적 글귀만을 양산했다.
밤샘을 거듭하는 세제실의 노력을 모를 리 없는 기자들이 왜 그랬을까. 세제실 당국자들은 이제라도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둘러싼 일련의 정책실행 과정을 반추해보길 바란다. 투명성과 예측성이 없는 정책은 아무리 훌륭해도 빛을 바랜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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