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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발표에 미국의 '리틀 하바나'로 불리는 마이애미와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반응이 엇갈렸다. 하바나 시민들은 반세기에 걸친 경제봉쇄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환호가 터져 나온 반면 마이애미에서는 쿠바 출신 주민들 사이에 찬반논쟁이 불붙었다.
주요 외신들은 18일(현지시간) 양국의 수교 재개 소식에 쿠바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하바나 곳곳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발표가 방송 등을 통해 전해지자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교회 종이 울리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TV 방송 화면에서 발표 중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입맞춤 세례를 퍼부으며 서로를 껴안기도 했다.
하바나에 거주하는 밀라그로스 디아즈(34)는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고 사람들이 굉장히 풀 죽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무언가가 우리에게는 절실했다"고 반겼다. 일부 현지 주민은 블로그를 통해 미국과의 통상외교관계 변화는 주민들이 (식료품 배급 등으로 수급통제를 받던) 고기를 살 수 있다는 뜻이냐고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지 정보기술 전문가인 카를로스 곤잘레스(32)는 "쿠바 국민들에게 이것은 산소를 들이키는 것, 꿈이 이뤄지는 것과 같다"며 "두 나라를 위해 더 나은 길을 여는 진전"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미국 내 쿠바 출신 이민자·망명인들의 약 80%가 밀집해 거주하는 마이애미에서는 주민들 간 분노와 희열이 엇갈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CNN은 이 같은 논란이 주로 세대별로 갈렸다고 분석했다. 수십년 전 모국에서의 정치적 박해나 경제적 고충을 견디지 못해 미국행을 선택한 기성세대 쿠바 출신자들은 대체로 국교 정상화를 반대했고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쿠바계 주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을 반겼다는 내용이다. 일부는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마이애미 거리에 나선 한 시위대는 "오바마는 겁쟁이!"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리스트 카스트로와 협작을 한다"고 성토했다. 반면 현지에 거주하는 청년인 조지 다빌라는 "결과적으로 지난 50여년간 (미국의) 경제봉쇄는 (쿠바의) 체제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쿠바 정부는 이를 빌미로 삼아 (독재와 통제를 일삼던)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계기만 됐다"며 국교 정상화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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