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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출과 한국축구의 공통점

지난 12일 오후 열린 이란과의 축구경기에서 신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성공적 데뷔를 하며 국민들에게 우리 축구대표팀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우리나라 수출 상황이 한국 축구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소회를 같이 나누고자 한다. 9월 수출이 월간 수출액 사상최고치인 247억달러를 기록했다. 파업에 따른 자동차 수출 손실이 없었다면 250억달러를 넘어섰을 것이다. 품목 다양화…마치 '토털 사커' 연초부터 이런 속도로 매월 250억달러를 수출했으면 지난해 2,500억달러 달성에 이어 올해에는 3,000억달러 달성도 가능했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올해 초 산업자원부가 올해 수출목표를 2,850억달러로 설정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무리한 목표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I am still hungry)”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우리 수출도 아직 채워야 할 빈 곳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월 환율이 1,000원까지 떨어졌을 때도,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할 때도 수출에 대한 우리의 신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후반 종료 직전까지 이탈리아에 1대0으로 뒤지던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수출에 대한 우리의 이러한 신념은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수출의 저력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기초한다. 첫째, 반도체라는 특정 선수에만 의존하던 90년대의 우리 수출이 이제는 매우 다양한 포지션의 실력파 선수층을 보유하게 됐다. 반도체ㆍ휴대폰ㆍ자동차 등 연간 수출액이 300억달러에 이르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3인방’ 외에 일반기계ㆍ조선 등 활동범위가 매우 넓은 자본재 품목이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철강ㆍ석유화학 등과 같은 원자재 품목은 ‘풀백’으로서 중동 지역에서의 플랜트 수주라는 ‘최종 수비수’와 함께 후방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 다양한 산업들로 명실상부한 토털 사커(Total soccer)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이 많아졌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이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통하는 세계 일류 메이커가 됐다. 우리가 만든 휴대폰은 세계 어디서나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특히 유럽에서는 ‘휴대폰의 벤츠’라고까지 불린다. 또한 우리 조선산업은 지난해 세계 선박 수주의 33.2%를 차지했다. 특히 한 척에 1억5천만달러씩이나 하는 고부가가치 LNG 선박은 세계 수주량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선박은 중고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세계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셋째, ‘해외리그’ 진출의 활성화다. 그간 우리 업체들은 중국ㆍ인도ㆍ러시아 등 신흥 잠재국들을 포함한 세계 각지로 진출,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왔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 차의 수출대상국이 238개국에 이르고 현지 생산공장에 대한 부품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끝으로 미국과 중국이 견인하는 세계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이 세계무역의 증가를 촉진해 우리 선수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수출증가 요인이다. 우리 수출을 축구에 비유한 것은 우리 수출이 안고 있는 과제가 한국 축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온 국민의 열망을 모아 세계 4강을 성취했다. 하지만 언제 중국이 공한증을 극복하고 우리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협할지 모른다. 우리보다 한수 위로 평가받고 있는 J리그는 우리와의 격차를 더 벌려 놓을 수도 있다. 경쟁도 치열해 국민성원 필요 우리 수출도 월드컵 4강 이후 집중력이 떨어져 위기가 거론되는 한국 축구와 다를 바 없다. 지금의 호황에 조금만 방심하면 일본제품과 본격적으로 겨뤄보기도 전에 중국산 제품에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 세계수출시장에서의 경쟁은 많은 나라들에 명예가 아닌 생존의 문제인 만큼 월드컵보다 치열하다. 다양한 스타플레이어로 토털 사커를 구사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수출전선은 확대됐고 경쟁의 수준도 높아졌다. 그만큼 한걸음 더 나아가기가 벅차고 더 많은 성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깊이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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