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 2, 3위인 일본 도요타와 미국 포드의 최고 경영진이 지난주 도쿄에서 비밀리에 회동한 것으로 밝혀져 논의 내용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난의 겪고 있는 포드는 고연비 등 첨단기술 확보가 절실하고, 도요타로서도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제휴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7일 앨런 멀럴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와 조 후지오 회장 등 도요타 경영진이 지난주말 도쿄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포드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환경친화적 기술 등의 분야에서 '파트너십'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에는 포드의 북미 사업부 구조조정 책임자인 마크 필즈 부회장도 참석했다. 양사의 제휴는 상호 보완적인 면이 많다는 면에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감소와 공장폐쇄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포드로서는 도요타의 첨단기술과 구조조정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포드가 그동안 도요타의 고연비 제조기술과 조달비용 절감 노하우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나 연료전지 차량 등 환경친화적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출신인 멀럴리는 지난 10월 새 CEO로 영입된 후 도요타와 제휴를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었다. 내년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도요타로서도 최대 시장인 미국 소비자들의 견제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점유율 확대에 따른 현지업체와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패'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시장 조사업체인 IRN의 에릭 머클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포드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원하고 도요타는 미 시장에서 픽업트럭 라인 확충을 바란다는 점에서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글로벌 자동차업체간 제휴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GM은 앞서 일본의 닛산, 프랑스의 르노와 3각연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결국 조건이 안 맞아 결렬된 상태지만 업체간의 합종연횡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회동이 공개된 데 대해 양사는 단지 의례적인 만남일 뿐이라며 크게 가치를 두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포드 대변인은 회동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며 "여러 자동차 업체들과 다양한 이슈로 정기적인 회담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측도 "양사 CEO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눈 정도"라며 "도요타의 경영자들은 기회 있을 때 마나 경쟁업체들을 만난다"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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