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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사기 입수 공문으로 본 IT시대의 그늘] 내부 기안 상태서 문서 출력하고 포토샵 처리하면 단숨에 위조 가능

회사 로고는 물론 양식도 동일

글자체·크기 정도만 다른 수준

금융사 새 내부통제시스템 시급

3,000억원 사기 대출과 관련해 위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KT ENS 공문서(왼쪽)의 사장 서명이 KT ENS의 반기보고서에 있는 사장 서명(오른쪽)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 허위로 보이는 KT ENS 공문서는 본지가 입수한 KT ENS의 공문서(가운데)와 로고·양식이 거의 동일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KT ENS 명의의 문서를 보면 누구나 해당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결재라인을 따라 임원과 사장의 서명이 돼 있고 문서양식도 기자가 별도로 입수한 KT ENS의 내부 문서양식과 거의 같다.

문서에 나오는 최모 본부장, 윤리경영실 실장, 엄모씨도 모두 실존인물이다. 업계에서는 KT ENS 김모 부장이 이 문서를 N사 등에 내려주고 N사에서는 이를 근거로 대출작업을 벌였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N사는 이 문서를 대외용으로 써먹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첨단 정보기술(IT) 시대에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금융심사 시스템이 '대기업'의 로고만 찍히면 수월하게 대출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대기업이든 간부들이 작정하고 대출서류를 조작하면 금융사기를 저지를 수 있으며 금융기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IT의 발달로 문서와 서명 위변조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기업 내부에서는 새로운 내부통제 시스템이 필요하고 금융사들도 이중삼중의 검증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속을 정도=이 문서만 보면 N사와 S사는 아이폰을 은행에 공급하는 것처럼 돼 있다. 일반 기업의 경우 '특판'이라고 해 외부업체와 제휴해 직원들에게 싸게 물건을 제공하는 게 있는데 그런 꼴이다. 이는 N사가 휴대폰 매출채권을 이용해 금융사에서 담보대출을 받는 형태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위조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지만 누가 봐도 믿을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본지가 따로 입수한 KT ENS의 'SAP 고객정보 기재사항 현행화 추진(2013시스템경영팀-01920, 작성일 2013년 5월22일)'이라는 이름의 별도 내부문서를 보면 회사 로고는 같고 양식도 거의 동일하다.

게다가 윤리경영실 실장의 서명은 두 문서가 완전히 똑같다. 특히 두 문서 모두 출처가 'infoshop.ktens.co.kr/xware_kts'로 시작한다. 내부문서로 위치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두 문서는 글자체와 크기 정도만 다른 수준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부기안을 한 상태에서 문서를 출력하고 이를 포토샵 등으로 처리하면 서명은 쉽게 위조가 가능하다"며 "아무리 전자문서라고 해도 위변조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KT ENS나 금융사의 추가 공모 가능성도 내놓는다. KT ENS의 경우 위조된 인감뿐만 아니라 법인인감도 사용됐음이 밝혀졌다. 내부문서에 아이폰 법인판매가 N사에서 S사로 바뀌는데 이를 시스템영업본부장이 전결했다고 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간에 공모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새로운 내부통제 시스템 시급=이런 식이라면 금융사들은 사기대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내부 공문서를 위조해 가져오고 협력사들과 짜고 매출이 일어났다고 속이면 은행은 눈 뜨고 당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물건이 오가는지를 따질 수도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마다 은행원이 집에 나오지 않는 것처럼 상당 부분은 서류검토로 대출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금액이 큰 대규모 대출은 실제 확인작업을 이중삼중으로 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기업 내부에서도 법인인감이 마구 사용되고 내부문서에 주요 임원의 서명이 위조될 정도라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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