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도 새로운 생활터전에 자리잡아 영업도 하고 먹고 살아야죠. 그런데 서울시에서 우리를 엉뚱한 데 갖다 놓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서울 도심재개발로 종로 세운상가가 헐리면서 종로 세운상가 동료 상인들의 이주와 보상 협의 지원 등을 맡고 있는 신정성(56ㆍ사진) 세운상가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상가 철거와 보상을 수용했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으로 이전할 상가가 목이 괜찮은지 서울시에 따지고 200명이 넘는 상인들의 점포 자리를 배분하는 난제를 맡은 신 위원장은 “상인들과도 최대한 조정해 한 명도 빠짐없이 함께 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원래 그는 세운상가에서 35년 동안 가전제품을 판매해온 터줏대감이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개발과 보상계획을 공고하자 동료들을 대표해 팔을 걷어붙인 것. 비대위원장으로서 평소에는 일주일에 네 번씩 회의하고 시청 공무원을 만나는 날에는 하루 종일 상황을 지켜본다. 자연히 가게를 비우는 일은 예사가 됐다. “손님이 가게에 와도 주인이 없으니 물건 하나 팔리겠어요? 게다가 비대위원장이니 서울시하고도 싸워야 하고 제 각각인 상인들 요구도 조정해야 돼요. 아무리 뛰어도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죠.” 상인들이 재건축을 반대하고 리모델링을 요구한 것은 권리금이 붙은 가게가 헐리기 때문. 신 위원장은 “통상 법률은 보상액에서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 탓에 웃돈을 주고 입주한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상금은 우리가 애초 원했던 바의 15%예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법이 안 된다는데”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세운상가 상인들은 송파구 문정동에 생길 동남권 유통단지와 종로5가 해운항만청 자리에 짓는 대체상가로 흩어지게 된다. 8개월 전 벌인 시위 때 삭발한 머리에 머리카락이 아직 1㎝도 자라지 않은 신 위원장도 스물한살 때부터 일한 자리를 떠나 낯선 곳에서 장사가 될지 걱정된다고 고백했다. 그는 “여기야 다 단골 장사인데 다른 곳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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