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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음악회 기업 색깔에 맞게… 메세나도 개성시대

효성ITX, 고가 영상장비 무료지원<br>아모레, 브랜드 이념 살린 문화전 등<br>단순 후원 넘어 '맞춤형 기부' 진화

메세나활동을 통해 한국의 전통미를 알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문화전 '가설의 정원'이열리고 있는 청담동 비욘드뮤지엄에서 매듭장 박선경씨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전통매듭을 가르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내 영상작품은 세부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화질의 영상구현장비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고화질 영화관에서 전시한 적은 있지만 값비싼 장비 문제로 미술관 전시는 어려웠죠. 이번에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게 된 것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알제리 출신의 현대미술가 필립 파레노는 효성ITX의 영상장비 지원 덕분에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 '소통의 기술'에 영상설치작인 'Boys from Mars(화성에서 온 소년들)'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미술전시를 후원한 효성ITX는 1억5,000만원 상당의 장비를 작가를 위해 기꺼이 무료로 제공했다. 최근 들어 기업 메세나와 문화마케팅이 단순 후원을 넘어 기업의 특색을 고려한 '맞춤형 재능기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들이 공익을 위한 사회적ㆍ문화적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으로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방화장품인 '설화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현대화라는 브랜드 이념을 반영한 '설화문화전'을 5년째 연중기획전으로 개최하며 한지ㆍ매듭 등 장인(匠人)들의 공예품을 예술의 경지로, 동시에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일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조선 궁중의복과 음식을 선보이는 '조선의 왕, 뉴욕에 가다' 전시를 후원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미주 LA와 뉴욕, 유럽 함부르크, 아시아 상하이 등 해외법인이 설립된 주요 비즈니스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예술 후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6월 개막해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 작품 운송을 지원했으며 주요사업인 컨테이너를 활용해 이를 도서관 형태로 개조, 경기도 지역사회에 제공한 '책방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해외 교류전과 뉴욕 모마(MoMA)의 '피카소전'을 후원하는 등 뉴욕 모마와 LA 라크마(LACMA), 영국 런던 테이트갤러리 등에 2008년부터 지속적인 후원을 제공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국제강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은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론칭하기에 앞서 건축디자이너 김백선, 현대미술가 이헌정 등 4명의 작가에게 재료로 제공, 작품 전시를 통해 제품을 먼저 선보였다. 손주영 서울대미술관 선임 학예사는 "기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활용한 맞춤형 예술 후원은 적극적인 메세나활동에 대한 명분도 제공할 수 있어 기업과 예술계 모두에 유익하다"면서 "하지만 예술이 자칫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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