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그림자·위대한 침묵 (이윤기 지음, 민음사 펴냄)
지난 해 8월 급작스럽게 별세한 작가 이윤기 씨의 유고 소설집과 산문집이 함께 출간됐다. 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 연구가로 활동한 이윤기 씨의 마지막 작품들에서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드러난다.
'유리 그림자'는 그가 '노래의 날개'이후 7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책은 '네눈이', '소리와 하리', '종살이', '유리 그림자' 등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수록작 중 '네눈이'는 눈 위에 하얀 반점이 있어서 눈이 네 개인 것처럼 보이는 개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물가에서 물어온 금 목걸이를 다른 사람이 살펴보려고 하면 으르렁대다가 주인이 나타나자 순순히 목을 내밀었다는 내용으로 작가는 네눈이를 '항심(恒心)'의 경지라고 칭찬한다.
'네눈이'를 비롯해 작품들은 비정한 세태 속에서도 잃지 않는 순박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그가 얻은 인생의 깨달음을 소박하고 담백하게 전한다.
산문집 '위대한 침묵'은 그가 풀어낸 37편의 이야기와 번역가인 딸 이다희 씨의 추모글을 엮은 것이다. 책은 자연에 대한 그의 애정과 단상부터 그의 일상과 추억을 담은 소소한 글, 신화와 고전 이야기,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까지 담았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어머니는 한 번도 날 무시하지 않았다'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썼고 '부끄러움에 대하여'에서는 한국 사회의 세태를 비평하는 글을 실었다. 딸 이다희 씨는 "장미의 향기는 꽃이 지면 사라지고 남는 것은 이름뿐이지만 다행히 아버지는 이름만 남긴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향기는 책과 글 속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각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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