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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비속어에 멍드는 아이들
입력2009-10-08 18:06:18
수정
2009.10.08 18:06:18
9일 한글날<br>인터넷·영화등 영향 'XX놈'등 예사로 사용<br>"뾰족한 지도방법 없다" 일선 학교 사실상 손놔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30) 교사는 사소한 문제로 다툰 남학생 두 명을 불러 훈계하다 깜짝 놀랐다. 서로 다툰 과정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설명하던 한 학생에게 다른 학생이 "내가 언제 그랬어. ○○놈아"라고 반박하자 이에 질세라 상대방 학생도 "○○○ 닥쳐, 개○○야"라고 쏘아붙인 것.
김씨는 "아이들끼리도 문제지만 교사 앞에서 욕이나 비속어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사용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면서 "화장실 벽에는 '○○ 발광하네' 같은 낙서가 가득하다"며 혀를 찼다.
학생들의 욕설ㆍ비속어 사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언어순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 상반기 전국 교사 512명을 상대로 실시한 '학생들의 욕설ㆍ비속어 사용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 대화의 절반이 욕설ㆍ비속어라는 우려'에 대해 교사의 75.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교사들 대부분인 92.4%는 과거와 비교해 요즘 학생들의 욕설ㆍ비속어 사용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인식했고 '사용 빈도가 낮아졌다'는 응답은 0.98%(5명)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51.8%)은 학생들 대화에 섞인 욕설ㆍ비속어 사용 비율을 20∼50%로 봤고 50∼70%라는 응답률도 19.5%에 달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을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인터넷ㆍ영화ㆍ방송매체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88%는 '인터넷 등 사회적 영향'을 지목했으며 다음으로 '가정의 자녀지도 소홀(8.8%)' '학교의 학생지도 소홀(1.8%)' 등의 순이었다.
학생들의 욕설ㆍ비속어 남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는 별도의 언어순화 프로그램이나 뾰족한 지도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김씨는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할 경우 수첩에 기록해두고 일정 횟수가 넘으면 명심보감을 적게 하거나 학부모 상담을 한다"면서도 "교사들이 틈틈이 훈화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효과는 그때뿐"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바른말 사용에 대한 현행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므로 정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프로그램ㆍ지침서를 발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성인은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말을 많이 써 세대 간 대화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한글날을 맞아 언어교육 실태를 다시 한번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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