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필요할 경우 추가 부양책을 실시하는 방안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혀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식 국채 매입 프로그램, 즉 양적완화(QE) 정책이 이르면 내년 1·4분기 안에 실시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이처럼 결정하면서 현행 예금 금리 및 한계대출 금리 역시 각각 -0.20%, 0.3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54명의 이코노미스트 전원이 예측한 결과와 부합한 결정이다.
ECB는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 우려감이 가중된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내린 후 이달까지 3개월째 동결 결정을 내렸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의 지난달 물가(CPI) 상승률은 0.3%에 그쳐 ECB의 목표치인 2%는커녕 디플레이션 위협 수준인 '1% 밑'을 14개월째 맴돌고 있다. 반면 실업률은 11.5%에 달하고 있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사상 최저치에 머물러 있어 더 이상의 전통적 통화완화 정책(금리인하)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이날의 결과를 예견해왔다.
올해 11월 드라기 총재는 디플레이션 위협 수준에 놓인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체 없이 행동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고 이를 위한 사실상의 '선제적 안내'가 이날 회의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내년 초 ECB가 QE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와 함께 ECB는 내년도 인플레이션을 기존 1.1%에서 0.7%로, 오는 2016년 물가를 1.4%에서 1.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