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은 석회암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로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탄산가스가 녹아 있는 지하수로 용해되고 지하수위가 내려가며 발생한 공동(空洞)의 상부 지층이 무너져 내려 생긴 공간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을 돌리네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양·영월·삼척의 일부 지역에서 돌리네가 집중적으로 발달돼 있다. 자연상태에서 발생하는 석회암 지역의 싱크홀은 주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발생빈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재해로 이어질 위험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석회암이 분포돼 있는 광산지역이나 주거지에서 일시적으로 지하수가 배출돼 싱크홀이 발생한 사례는 있다.
노후 상하수도관, 부실시공 관리 때문
최근 도심지에서 일어나는 도로함몰은 석회암 지역에서 발생하는 싱크홀과는 공동발생 메커니즘과 원인이 다르다. 도심지 충적층 내에서 공동이 발생하는 것은 주로 노후된 지하매설물의 파손이나 토목공사 및 지하구조물에 의한 지하수 영향으로 흙이 유실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공동이 작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동 상부가 조금씩 무너져 내려 공동이 커지면 지표면에 함몰이 발생하게 된다. 땅속에 묻혀 있는 노후 상수도관이 파손됐을 경우는 물이 밖으로 새어나오면서 주변의 흙을 유출시켜 공동이 발생하지만 하수도관 파손의 경우는 주변 흙이 하수도관 안으로 유출돼 공동이 일어난다. 대형 토목공사 이후 되메운 흙의 재료나 다짐이 불량해 공동이 발생하기도 하고 지하철 같은 터널 공사 주변 지반이 교란돼 발생한 공극(토양입자의 틈)이 상부 지층으로 집중돼 공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나 하천 상부에 흙을 쌓아 골프장이나 택지를 조성한 부지의 경우 원래 지반보다는 성토한 지반이 느슨해 지하수가 원래 계곡과 하천 상부를 따라 흐르면서 성토재 일부가 지하수에 유실돼 공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충적층 지반 내에서 발생한 공동은 흙의 종류나 운반매체가 되는 지하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험자료에 따르면 세립분이 많을수록, 지하수의 유속 및 수위 변화가 클수록 공동의 확장속도는 빨라진다. 그래서 강우량이 많은 여름철에 도로함몰 발생이 빈번하며 대부분 비가 올 때와 비가 온 후에 많이 발생한다.
도심지 도로함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적층 지반 내에 발생하는 공동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한 지하매설물을 일정 주기로 교체하고 토목공사의 시공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하수도관의 약 30%가 설치 후 20년을 넘겼다고 한다. 노후한 상하수도관을 일제히 교체하는 것은 예산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 도쿄시에서도 1년에 100건 이상의 도로함몰이 발생한다고 한다. 도로함몰 발생사례를 분석해 원인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후한 상하수도관 교체주기를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사람이 많이 다니는 도심지 도로함몰은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의 함몰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반 내에서 공동이 발생하는 현상을 알 수 없고, 특히 도심지에서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돼 지표면 근처까지 공동이 확장돼도 별다른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서둘러 교체하고 모니터링 기술개발을
오래전부터 지하 공동을 탐지하는 방법으로 물리탐사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널리 사용하는 지하레이더(GPR) 탐사는 비파괴조사로 지하 매설물 및 지하 공동을 탐지하는 데 유용하다. 최근에는 3차원 GPR 탐사 기술이 개발돼 지하 매설물이나 지하 공동을 3차원적으로 영상화하며 국내에서도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탐사방법이 만능은 아니다. GPR 탐사의 경우 전도성이 큰 도심지 충적층에서는 땅속으로 보내는 전자기파가 감쇄돼 깊은 공동을 탐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표면파탐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현장작업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향후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융합기술 발전으로 도로함몰 탐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노후한 상하수도관 매설 지역이나 위험성이 있는 지역을 주기적으로 탐사해 도로함몰 징후를 밝혀내는 선진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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