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연구도 응용성이 없으면 생명력이 없다고 봅니다. 나노 다공성 물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연료전지, 슈퍼축전지 등의 전극재료로 실용화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나노물질 설계ㆍ합성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유룡(52)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가 2007년도 ‘국가과학자상’ 수상자로 6일 선정됐다. 유 교수는 이날 오전 과학기술부의 선정결과 발표 후 과천 정부청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고효율 연료전지 개발 등 산업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유 교수는 지난 2001년 6월부터 과학기술부의 창의적 연구진흥 사업에 따라 설립된 기능성 나노물질연구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나노물질의 설계ㆍ합성에 필요한 핵심 기반물질인 메조다공성 실리카 물질을 단결정 형태로 합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는 네이처 커버스토리로 게재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이렇게 합성한 규칙적인 나노 다공성 물질은 미래 유망산업인 연료전지나 슈퍼축전지의 전극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기존 전지와 달리 유해물질 배출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어 에너지 위기 극복은 물론 환경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유 교수가 내놓은 연구 결과들은 연구의 질을 나타내는 계량적 지표인 논문 피인용 횟수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년간 세계 과학자들이 자신의 논문에 유 교수의 연구성과를 인용한 횟수는 무려 7,701회로 연 평균 700회에 달하고 있다. 그는 “통상 인용건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형태가 아닌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관련 연구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도 한발 앞서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가 수상한 국가과학자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성과를 낸 국내 학회ㆍ협회ㆍ대학ㆍ연구소 소속 과학기술자에게 국가가 특별히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1~명을 선정, 연간 15억원을 최대 6년간 지원하게 된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에는 대학에서만 총 15명이 후보자로 추천돼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1회 국가과학자상은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와 이서구 이화여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유 교수는 “늘 스스로 모든 것을 개척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살아오면서도 과학자는 머리도 좋아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특별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남다르게 운이 좋았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KAIST에 따르면 유 교수의 자녀들(1남1녀) 모두 KAIST 출신으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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