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감속 운항’에 들어간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추월을 눈앞에 두고 속도를 한 템포 늦춘다. 그동안 GM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잇딴 리콜 사태가 발생하는 등 ‘완벽품질’이라는 명성이 흔들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도요타가 성장 일변도의 전략에서 한발짝 물러서 신제품 출시를 반년쯤 늦추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 고위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단시간에 대량생산을 진행하다 보다 품질관리가 소홀했던 점이 있다”고 실토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보통 2~3년이 필요한 제품 개발 시간을 3~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품의 출시지연을 감수하면서 품질 확보에 더욱 공을 들이겠다는 전략이다. WSJ는 시에나 미니밴, 솔라라 스포츠쿠페, 아발론 세단 등 신제품이 이 같은 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요타는 그동안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려왔다. 지난해 총매출은 1,858억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7.7%의 성장세를 보였다. 세계 1위인 GM(1,926억달러)을 거의 따라잡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확장 전략으로 품질 문제가 계속 불거졌다. 텃밭인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품질에 대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지난해 도요타의 미국 시장 리콜 규모는 무려 238만대에 이르렀다. 리콜 규모가 전체 판매 댓수(226만대)를 넘었다. 올들어서도 7월까지 도요타는 미국시장에서 62만8,000대를 리콜했다. 도요타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50만대의 추가 리콜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품질결함을 은폐했다는 비난에 직면, 결국 최고경영진이 대국민 공개사과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도요타=품질’이라는 등식이 깨져버린 것이다. 시게루 하야카와 대변인 일단 “전체 신제품 출시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앞서 도요타 창업자의 후손인 도요다 아키오를 품질 개선문제를 관장할 수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품질경영에 다급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싱크탱크인 린 기업연구소의 제임스 워맥 회장은 “도요타의 문제는 비교적 사소한 문제점과 관련돼 있지만 거의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회사측의 개선의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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