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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과유불급(過猶不及)

흔히들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속도는 절대 선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들이 200여년 동안 이룩한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을 채 40년이 안되는 기간에 해치워버렸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얻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적 시민의 권리를 포기하고 살아야 했고,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은 지난 87년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탄생한 신생 독립국가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실질적인 민주주의와 삶의 질 수준은 아직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에는 부족하다. 안타깝게도 산업화 과정에서 미처 따질 겨를이 없었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덕적ㆍ문화적ㆍ민주주의적 가치들이 지금과 같은 물질만능주의 풍토 하에서 언제쯤 다른 선진국들의 수준에 이를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특히 객관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해집단들의 무분별한 요구,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에 따른 국민적 갈등과 분열 또한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우리 경제의 성장과정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와 도덕적 가치의식, 분배구조 또한 단시간에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신적인 가치들은 속도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아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속도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를 적용해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 가치 판단과 구성원들의 합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탈무드에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유대인들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물질세계를 떠나 정신세계로 침잠하는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이라고 주장기도 한다. 굳이 유대인의 지혜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과유불급ㆍ過猶不及)”는 공자님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가 지나왔던 날과 앞으로 살아갈 날을 긴 호흡으로 점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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