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암사동과 성북구 종암동의 일부 아파트 단지는 전세가율이 96.4%, 97%에 이른다. 전세가에 900만~1,000만원만 보태면 아예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학군이 좋다고 알려진 지역의 아파트는 대기수요가 줄을 설 정도여서 '부르는 게 값'이란다.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매매가의 가격역전 현상이 나타나 전세금을 돌려받기가 어려워지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전세난 심화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왔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 본격화에 따른 이주수요 등으로 전세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왔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전세난 심화가 현실화돼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다시 지방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이 부지기수다. 전세불안이 올 1년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나오는 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서울시의 대책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정부는 전세가가 높아지면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 주택시장이 활성화될 거라는 희망사항만 되뇌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9월 재건축 이주시기 분산과 주택물량 확보로 전세난을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근 전세시장은 정반대로 가고 있지 않은가.
전세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정부나 서울시는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제 연구는 끝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경기 활성화와 함께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으니 말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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