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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화 들쥐론'을 들이댄다면

'쏠림'은 문화 다양성 파괴해··· '문화 나눔'의 정책적 배려 필요

[데스크 칼럼] '문화 들쥐론'을 들이댄다면 '쏠림'은 문화 다양성 파괴해··· '문화 나눔'의 정책적 배려 필요 홍현종 (문화레저 부장) hjhong@sed.co.kr ‘한국 축구에는 대표팀밖에 없다’는 영국 언론의 한마디는 오늘 한국 축구의 기이한 구조를 꼬집은 칼날의 지적이다. 기초는 외면한 채 온통 대표팀 경기로만 눈길이 ‘쏠리는’ 한국 축구 부실의 실상을 꿰뚫은 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구가 확인되는 곳은 당장 그라운드다. 많아 봐야 수천명인 국내 프로축구 관중 수. 수십ㆍ수백만의 열기로 몰아친 월드컵 광풍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바람은 썰렁한 삭풍이다. 국내 리그는 물론 심지어 동네 축구까지도 축구 팬들의 관심이 한결 같은 선진 축구 강국들과 차이는 여기부터가 시작점이다. 축구는 그래도 행복에 겨운 종목이다. 구조야 어떻든 대중적 인기 종목으로서의 위치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판 전체를 놓고 보면 관중들로부터 외면받는 종목들이 훨씬 더 많은 게 현실. 그런데 그들에서 올림픽 메달이 더 많이 나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적어도 한국 스포츠에서 인기 종목과 국제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한 투자 효율성간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는 경제 논리가 성립될 법한 대목이기도 하다. 양궁ㆍ쇼트트랙ㆍ레슬링ㆍ핸드볼ㆍ하키 등이 세계 대회에서 승리할 때마다 선수들이 펑펑 쏟아내는 눈물에는 그런저런 이유가 다 있다. 쏠림은 스포츠와 연관된 가치 판단의 측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해 국민 정서에 맞추지 못한 죄로 방송 해설자가 중도 하차하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쿨’(cool)한 말 한마디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박지성 선수도 고개를 떨군 사건은 한국적 치우침 문화의 또 다른 양태다. 그 와중에 TV 3사는 주최국도 하지 않은 남의 나라 경기를 연일 경쟁적으로 동시 생중계, 전파 낭비에 앞서 국민들의 채널 선택권을 뺏었다. 상업주의를 업고 쏠림 문화에 편승한, 언론이 나서 한단계 더 나간 입맛 쓴 사례다.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팽배한 쏠림의 구조는 대중문화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주체적 문화성 상실로 나타난다. 내 문화적 정체성은 제쳐두고 이른바 ‘대박’ 문화 상품과 시장을 찾아 우르르 몰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딱하다. 순수 예술에서조차 시장 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성형ㆍ명품 등 특히 유행을 강박적으로 좇는 소비문화 행태는 이미 도를 넘어 온 사회를 경박함으로 몰고 있다. 다양성은 문화의 본질이다. 정치와 경제 역시 다를 바 없다. 나치즘ㆍ파시즘의 경우처럼 이데올로기가 극단으로 치달은 끝에 남은 것은 파멸이었다. 정상의 틀을 벗어난 애국주의와 광기의 국가주의도 자유와 다양성을 파괴하는 문화 쏠림의 양태다. 통치란 균형 속에 사회 각 분야가 창조적 다양성을 키워가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나가는 기술이다. 일류대를 나와야, 의사ㆍ판검사가 돼야만 성공 인생이라는 식의 온갖 사회적 편견들의 뒤에 버티고 선 건 통치의 수단인 제도의 쏠림이다. 세태를 탓하기 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도록 이끌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순서인 이유다. 문화 편중을 막기 위한 제도는 문화 자원의 재배치와 적절한 배분이 시작점이다. 이를 통해 문화ㆍ예술 인프라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용이하도록 하고 다양한 문화적 선택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의 기회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소득 양극화로 인한 ‘타의적’ 쏠림을 막기 위한 문화 나눔의 정책적 배려도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 해결의 가장 근본은 역시 교육이다. 전인교육의 말만 요란할 뿐 지금 이 나라 교육 현장의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이미 누더기가 된 제도지만 오로지 입학 시험만이 전부인 교육의 틀을 사람 만드는 체제로 ‘확’ 바꿔야 한다. 어른 대상의 문화와 예술 분야 사회교육의 기회 확대 또한 절실하다. 쏠림, 치우침은 미성숙이다. 그 자체가 본질인 다양성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반(反)문화이기도 하다. 80년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정치판에서 한국인의 쏠림 경향을 지적하며 주한 미 사령관이라는 사람의 입을 통해 나왔던 이른바 ‘한국 정치 들쥐론’.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무례한 외국인 누군가가 이번에는 ‘문화 들쥐론’을 들고 나온다면 반박의 근거가 궁색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입력시간 : 2006/07/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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