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이 펼치는 음악의 향연 아빠·아들·딸은 더블베이스… 엄마는 피아노…국제콩쿠르서 잇따라 우승한 성민제군8일 금호아트홀서 온가족 모여 연주회 강동효 기자 kdhyo@sed.co.kr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 한 음악 가족의 연주회가 열린다. 무대에 오르는 악기는 피아노 1대와 더블베이스만 3대. 악기 구성이 독특한 이유는 이들이 더블베이스 가족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성영석(47)씨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더블베이스를 맡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보다 더 유명하다. 최연소로 세계 3대 더블베이스 콩쿠르인 독일 슈페르거 국제 콩쿠르(2006), 러시아 쿠세비츠키 콩쿠르(2007)에서 차례로 우승한 성민제(18)군이다. 딸 성미경(15)양도 선화예술학교에서 더블베이스를 배운다. 어머니 최인자(46)씨는 가족 중 유일한 피아니스트이다. “우리 가족 이름으로 하는 연주회는 이번이 처음이예요. 4명이 모두 바쁘다 보니까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서 걱정입니다.” 그래도 아버지 성영석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연습을 핑계로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구요. 오랜만에 대화도 많이 해요.” 더블베이스는 무거운데다 독주 악기로 잘 사용되지 않는 탓에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시작한다. ‘입시용 악기’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는 더블베이스를 가족이 택한 이유는 뭘까? “어렸을 때부터 연주를 들으며 자라서인지 본인들이 하고 싶어했어요. 미경이는 엄마처럼 피아노를 배웠었는데 더블베이스로 바꾸고 싶다고 하더라고요.(성영석)” “덕분에 엄마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됐죠. 남편과 아이들을 반주로 모두 받쳐주잖아요.(최인자)” 같은 악기를 사용하는 가족이지만 음색은 서로 다르다. 아들 민제가 첼로 음역까지 소화하며 화려하고 개성이 강한 소리를 내는 반면 딸 미경은 선이 굵고 짙은 음색을 낸다. 아버지 영석씨는 부드럽고 섬세한 연주가 특징이다. “색깔은 다른데 우리 가족의 음악성은 모두 비슷해요. 아내는 우리 음악에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맡죠.(성영석)” 요즘 가족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아들 민제군의 병역문제다. 민제군은 세계 3대 더블베이스 콩쿠르중 2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병역 면제를 받지 못 했다. 이들 대회가 병무청에서 인정하는 유네스코 공인의 국제음악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즈콩쿠르에서 우승해 병역을 면제 받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개척해 놓은 길을 걷는 건 쉽죠. 민제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잖아요. 길이 잘 열려야 다음 세대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성영석)” 이들은 어버이날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 엘가 ‘사랑의 인사’, 영화음악 ‘러브 어페어’, 어머님 은혜, 즐거운 나의 집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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