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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날씨 이야기가 아니다. 뜨거운 조명이 내리쬐는 무대, 그 위에서 노래하고 춤도 추는 뮤지컬 배우에게 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 '열연의 훈장'은 객석을 감동으로 적시지만, 또 한편으론 고가의 무대 의상도 축축하게 적신다. 평균 2~3개월간 이어지는 공연을 매일 쾌적하게 펼치기 위해선 꼼꼼한 의상 관리가 필수인 셈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1막엔 호위무사 선발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남자 배우들은 고난도 액션부터 역동적인 군무를 펼쳐야 해 1막이 끝나면 모두가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 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역시 주요 배우가 2시간 내내 고음과 강렬한 샤우팅을 뽑아내느라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두 작품의 의상팀에 따르면 최근 주요 뮤지컬 공연장엔 대용량 세탁기가 설치되어 무대용 속옷이나 면 재질의 의상은 이곳에서 매일 처리하고 일부는 스태프가 직접 손빨래한다.
손상되기 쉬운 무대 의상 대부분은 일주일~보름 단위로 전문 세탁업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긴다. 잦은 빨래로 색상이나 장식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공연 후 환기와 탈취 작업만 해 두었다가 공연이 쉬는 날 한꺼번에 세탁소로 보낸다. 한 번에 맡기는 의상은 대극장 작품 기준 100벌부터 500여 벌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 고가 원단이 아닌 이상 대개 한 벌 당 세탁비는 1~2만 원인데, 의상 한 세트가 상·하의, 속·겉치마 등 여러 부분으로 나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세탁이 아예 안 되는 옷도 있다. 2012년 공연한 뮤지컬 '아이다'에 등장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드레스가 그 주인공. 극 중 패션쇼 장면에 등장하는 300여 벌의 드레스는 대부분이 고가의 실크 소재로 제작된 데다 일부는 옷 안에 조명이 달려 세탁할 수 없었다. 땀으로 인한 의상 변색에 대비해 배우가 흰 천으로 만든 내의를 입고 공연 후엔 이 옷만 빨았다고 한다.
'빨래 끝'이 끝은 아니다. 여름철엔 무더위와 장마철 습한 공기 탓에 의상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인조가죽은 쉽게 녹아내리고, 배우들이 매일 입고 신는 안감이나 신발에서 나는 냄새도 잘 잡히지 않아 제습과 환기, 탈취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변미라 세종문화회관 의상실장)
최상의 상태로 무대 의상을 올리려는 스태프의 '땀내 진동하는' 수고. 그 덕에 오늘도 배우는 무대에서 펄펄 날고, 옷은 그의 날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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