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양을 주창할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 "재무 실무경력은 없지만 (인선에) 비판적 시각을 찾기 힘들다." 일본 재무상으로 새롭게 인선된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적임자가 인선됐다"며 기대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정권 출범 불과 4개월 만에 단행된 재무 수장 교체에 대해 외신들은 그리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간 재무상이 디플레 방어를 위해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정치인인 만큼 일본의 난제인 디플레 극복과 재정적자 해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도모할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평했다. WSJ은 "재무관료 출신인 전임자의 전문성과 정치적 경험은 새롭게 출발한 정부의 정책 운영에 자신감으로 작용해 왔다"며 "그러나 일본은 이제 수년간 일본 경제를 좀먹어온 디플레와 엔고를 다뤄야 할 차례라고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FT는 "실무경력이 없는 만큼 예상후보군 중 가장 모험적인 선택"이라면서도 "관료 사회의 반대를 저지할 수 있는 베테랑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WSJ도 "전임자와는 여러 면에서 상반된 정책을 펼 것"이라며"신정부의 인기를 끌어올릴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간 재무상이 시민운동가 출신에 인기 높은 10선 의원이라는 배경도 높은 점수를 받고있다. 그가 관료 위주 정책 결정 관행을 의회로 돌리려는 신정부의 밑그림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는 것. WSJ는 "내부 반대와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으로 고전하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에서 새로운 조정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신임 재무상의 등장으로 향후 일본 정부의 정책도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보다는 보다 공격적인 부양책으로 선회, 엔화 약세와 소비증대, 탈 관료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각을 받았다. 외신들은 우선 간 신임 재무상이 전임자인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전 재무상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 분석했다. 전임자는 정부의 적자 타개를 위해 새 회계연도 국채 발행량을 44조엔(4,799억 달러)으로 줄여야 한다고 못 박는 등 부양책 집행에 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한 재임 개시부터 "강한 엔화가 일본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시각을 견지해 왔다. 반면 간 신임 재무상은 "엔화 약세 역시 수출기업 이익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 주장, 전임자와 일본은행(BOJ)의 부양책을 '소극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던 인물이다. 일본은 지난 20년간 진행된 금융 및 부동산 버블에서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기로 진입, 최근 다시 경제침체와 물가하락이 동반하는 디플레에 진입했다. 2차 침체를 뜻하는 '더블 딥' 우려도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 공공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육박하고 있어 정부가 부양책을 풀 여력을 축소시키고 있다. 한편 FT는 간 재무상이 물망에 오른 후보군 중 민주당 실권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 간사장과 가장 가까운 인물임을 들어 "하토야마가 오자와의 바램에 (또다시) 굴복했다는 신호"라는 평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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