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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원봉사자가 이룬 '태안반도의 기적'

고사리 손도, 장애인도, 외국여행 대신 달려온 젊은이도, 70대의 노부부도 하나가 돼 태안반도를 덮은 검은 기름 덩어리를 걷어냈다. 조약돌을 닦고 또 닦았다. 열정에 추위도 멀리 도망갔다. 바위도, 갯벌도, 모래사장도 하나둘 제 색깔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바닷물도 하얀 포말을 몰고 왔다. 주민들의 ‘검은 절망’도 희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만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의 땀이 만들어낸 ‘태안의 기적’이다. 너무도 빠른 복구에 외국에서 온 방제전문가도 놀랐다. “이처럼 빠른 방제는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감탄하는 전문가조차 있을 정도다.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로, 2002년 월드컵 때 일사불란한 응원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태안반도의 생태계 회복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희망 찬 전망도 나온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 방제와 복구는 겉으로 드러난 기름을 제거한 데 불과하다. 모래와 갯벌 속과 바위 틈으로 스며든 기름을 제거하기는 더 어렵다. 어차피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방출된 원유의 70%를 방제했다고 방심하면 그만큼 생태계 회복은 늦어지고 피해도 확산된다. 밥을 다 한 뒤에도 다시 한번 뜸을 들이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점검하고 점검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급한 불은 끈 만큼 정부는 이제부터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과 주민지원 및 보상계획을 짜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정부의 방제기술 수준은 장담과 달리 낙제점이었다. 이를 교훈 삼아 방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피해지역의 모니터링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선진 방제기술을 도입해 피해를 줄이고 생태계 복원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피해지역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아무리 주민들이 재기할 수 있는 의욕을 찾아가고 있다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사람이 적지않다. 피해보상 및 지원을 철저히 해 주민들이 희망을 갖고 본래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때 자원봉사자가 일궈낸 ‘태안의 기적’은 더 빛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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