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미국 기업을 집어삼키고 있다. 자국 내 자동차 제조능력 향상을 위해 미국 현지화 전략을 택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지난 1980년대 일본이 버블경제의 힘으로 미국 주요 기업과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던 것을 연상시킬 정도다. 달러가 남아돌아 주체를 하지 못하는 중국 업체들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최근 M&A나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섀시 부품 제조업체인 완샹그룹은 최근 미국의 친환경 자동차 업체인 피스커오토모티브와 전기차 배터리 업체 A123 시스템스를 인수했다.
완샹그룹은 브랜드명을 'Elux'로 바꾸고 2016년 하이브리드차 'Elux Karma'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피스커오토모티브는 하이브리드차 'Karma'를 출시하며 한때 테슬라 전기차와 경쟁구도를 벌여온 회사다. 그러나 계속되는 재정 악화로 파산, 지난해 경매를 통해 약 1억4,900만달러에 중국 완샹그룹에 매각됐다. 완샹그룹은 잇따른 M&A를 통해 북미 친환경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북미 지역은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되려면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에서 성공해야만 한다. 피스커오토모티브가 테슬라와 맞먹을 정도의 회사였던 만큼 중국의 자본력이 더해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현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완샹그룹뿐 아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유리 제조업체인 푸야오유리공업그룹은 최근 예전 제너럴모터스(GM)의 생산공장이 있던 미국 오하이오주 모레인 지역에 2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공장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플라스틱 연료탱크 제조업체 얍오토모티브는 테네시주에 본사를 둔 ABC연료시스템사를 인수했다. 같은 해 중국 완펑은 전 세계 자동차 마그네슘 캐스팅 산업 규모 1위의 머리디언을 인수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 양펑은 미국 자동차 관련 업체 중 하나인 존슨컨트롤스와 75억달러의 합작투자 프로그램을 진행해 미국 현지에서 인테리어 부품을 만든다.
중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은 미국이 자동차 시장의 본고장인데다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M&A나 현지투자만큼 빠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다른 국가 수출이 쉬워진다는 점도 강점이다. 계속된 무역흑자로 중국 정부가 해외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화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불리한 점을 현지 자동차 브랜드나 부품 업체를 인수합병해 자사 기술력을 보충하고 해당 브랜드 가치도 보존하는 방식으로 상쇄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자동차 부품 전체를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M&A 등을 통한 기술력 확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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