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에서 금방이라도 소곤거리는 말소리가 흘러나올 듯하다. 한발 뒤로 물러나 바라보면 이 플라스틱 소시지들이 인간 흉상을 이루고 있음이 드러난다. 작가 마이클 주(Michael Jooㆍ42)는 이를 ‘자화상’이라고 소개한다. “소시지는 몸 안 내장 기관을 밖으로 꺼낸 뒤 그 속에 외피였던 고기를 담아 만든 것이고 이를 다시 먹는 행위를 통해 일련의 ‘순환과정’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소시지는 남성성을 비꼬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16세기 이탈리아 작가(주세페 아킴볼도)가 야채와 과일로 인물을 희화화한 초상화와 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작품에 대한 친절한 ‘조언’인 동시에 음식물을 통한 인간의 관계 맺기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숙제’일 수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개념미술가 마이클 주의 개인전이 화동 PKM갤러리에서 오는 6월20일까지 열린다. 상충된 개념을 동시에 배치하는 ‘하이브리드’가 이번 전시의 큰 흐름이다. 이질성의 낯선 배합과 생경함은 동양과 서양 문화의 양립 속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도 예일대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작가 자신에게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15점은 알무더기 아래 앙상한 뼈만 남은 태아, 사슴의 뿔을 잘라 재구성한 ‘개량된 선반(Improved Rack)’ 등 정체성과 경계에 대한 성찰의 장을 열어준다. 2006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그 해 말 로댕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올 겨울 모마(MoMA) 분관인 PS1 그룹전에 이어, 이번 전시를 기반으로 한 대형 개인전이 내년 봄 뉴욕에서 열린다.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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