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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접촉] "대북 확성기 꺼라" vs "지뢰·포격 사과 먼저" 팽팽한 기싸움

마라톤 회의… 무슨 얘기 오갔나

北 '대결은 득보다 실' 판단… 南에 합의명분 제공 가능성

국제사회 여론전 고려한 도발용 명분쌓기 분석도

23일 새벽까지 계속됐다가 잠시 중단된 뒤 이날 오후3시 속개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 참석하기 위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파주 통일대교를 지나려 하고 있다. /권욱기자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대결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서로 수정제안을 거듭하며 고위급 접촉을 개최한 데 이어 이틀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이어간 점을 감안하면 모종의 합의가 도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추가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협상 전망을 낙관하는 것도 섣부르다.

◇"방송 중단" vs "도발 사과" 놓고 기싸움=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새벽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후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하기로 했다"며 "상호 입장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협상 의제에 대해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20일 서부전선 포격 도발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에 대한 사실 인정과 사과, 책임자 처벌 등을 강하게 촉구하면서 이 같은 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접촉 이전부터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에 대해 "남측의 자작극"이라며 책임을 남측에 전가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 변화가 이번 협상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 도출될까=북한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한 것은 이번 접촉에서 모종의 제안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 대신 우회적인 표현과 방식으로 책임을 간접적으로 피력하면서 우리 정부에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사과의 내용과 수위에 따라 이번 접촉의 성패, 나아가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군부 1인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함께 대남정책 1인자인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함께 협상 테이블에 보낸 점을 감안하면 군사와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패키지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의 '사과 진정성' 여부가 이번 접촉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협상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최소한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선에서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 '명분 쌓기' 배제 못해=잇단 도발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국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명분 쌓기용으로 이번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을 통해 굳건한 응전 태세를 갖추고 있고 다음달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70주년에도 참석하는 만큼 대결 국면 조성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대화 선(先)제안'이라는 명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번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다시 군사적 긴장 국면을 조성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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