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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시선, 부담되고 두렵다"

영화 '박쥐'서 뱀파이어 신부 역 맡아


"사람들의 기대에 찬 시선들이 매우 감사하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고 두려울 때도 있어요." '국민 배우'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 송강호가 2009년 최고 기대작 '박쥐'(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의 개봉을 앞두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송강호는 31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CGV에서 열린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 "9년 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 당시 박 감독에게 '박쥐' 출연을 제안 받았다. 당시로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이야기였고 매우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으로 느꼈기에 아무 대답을 못했다"며 "과연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갔다. 그리고 그 이후 10년이라는 기나긴 과정 동안 내 스스로가 이 작품을 연구하고 탐구하며 받아들인 게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수많은 작업과 결과물을 통해 이 작품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며 출연 배경을 밝혔다. 영화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가 친구의 아내인 태주(김옥빈)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고, 남편 강우(신하균)을 함께 죽이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점점 죄악을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를 다뤘다. 송강호가 맡은 상현은 신부라는 정체성을 지녔지만 우연한 실험에 참여한 뒤 뱀파이어가 돼 살인을 해서 사람의 피를 먹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이는 인물. 게다가 친구의 아내인 태주에게 욕정을 느끼게 되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태주의 남편인 강우를 살해할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박찬욱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상현은 매우 나약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딜레마를 회피하려고 하는 캐릭터. 감독 자신과 매우 닮아 있는 인물이다. 박찬욱 감독이 상현이라는 인물에게 신부라는 정체성을 지녔지만 어쩔 수 없이 죄악을 저질러야만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극단적 상황에 던져 넣었다면, 송강호는 그 인물을 생생한 캐릭터로 구현해야만 했다. '생활형 배우'라는 닉네임과 '국민 배우'라는 호칭이 따라 다니는 그이지만 나약한 본성에 반하는 생존을 위한 욕망에 끌리는 이중적인 인물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송강호는 '박쥐' 이후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 하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에 "어느새 선배님들보다 후배님들이 더 많아졌다. 선배의 위치에 서게 되니 부담이 큰 것 같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모범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가헤 바람직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면에서 항상 긴장하게 된다. 때로는 저에 대한 기대의 시선들이 두렵고 부담스럽다. 너무 감사하지만 긴장하게 된다. 그런 시선들에서 자유로워지고 담담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연기를 계속 하는 것이 늘 목표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한국형 뱀파이어를 창조한 과정에 대해 "뱀파이어 영화는 한국 정서로는 좀 낯선 장르다. 기존 서양 영화에서 보여 준 전형적인 뱀파이어와는 차별을 두려 했다. 예를 들면 송곳니가 나온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며 "처음에는 존경받는 신부였지만 전혀 반대로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 욕망에 눈을 뜬, 종교적인 신념과 인간적인 욕망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연기 생활을 통털어 처음으로 접하는 와이어 연기 때문에 고생도 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와 함께 한 소감에 대해 "송강호가 오늘 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이유는 지능이 높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고 영리한 사람이다. 똑똑한 정도를 넘어서서 교활할 정도다. 이 사람과 술 자리를 해 보면 항상 현재 하고 있는 작품 이야기만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며칠 밤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두 번째는 집중력인 것 같다. 영화 현장이라는 곳이 배우에게 온갖 주문이 다 쏟아지는 곳이다. 감독이 촬영 직전 대사를 바꾸라기도 하고 촬영감독이 한 걸음만 덜 걸으라 할 수도 있다. 그런 모든 주문에 대해 며칠을 연습한 사람처럼 바로 해내는 대단한 집중력의 소유자다"라고 밝혔다. 영화 '박쥐'는 다음달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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