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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백수오 사태가 홈쇼핑에 던진 과제


"마음 같아서는 저희도 당장 전액 환불하고 싶죠. 금액도 문제지만 경쟁사들이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먼저 나서기도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홈쇼핑업계가 '가짜 백수오' 환불안을 내놓은 지난 8일 풍경은 마치 대학입시 막판 눈치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초 업계는 향후 검찰수사 결과에서 가짜 백수오로 판명이 난 제품에 대해 전액 환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판매액이 많은 일부 업체가 협상 막바지에 반대를 고수하자 일단 구입 후 남은 제품에 대해 환불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홈쇼핑협회 공동명의로 발표하려던 보상안도 각 업체가 개별적으로 내는 희한한 모양새가 됐다. 이 와중에 롯데홈쇼핑은 백수오 제품 전액을 환불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이내 현금보상이 아닌 적립금 적립이나 사은품 지급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주말이 지나자 NS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백수오 제품 전액을 환불하겠다며 방침을 또다시 변경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전액 환불 권고에 기대가 높았던 소비자들은 이제 집단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가짜 백수오 파동에서 소비자 다음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홈쇼핑 업체다. 홈쇼핑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승인한 백수오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백수오 원료 가공기술로 특허를 받은 내츄럴엔도텍을 코스닥 중견업체로 키우는 일등공신의 역할도 맡았다. 이번 사태로 원죄를 뒤집어썼다는 홈쇼핑업계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유다.



그러나 홈쇼핑업계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고객의 신뢰다. 지난 1995년 출범한 홈쇼핑은 20년 만에 취급액 10조원을 넘는 유통업계의 핵심 소비창구이자 세계 최대 홈쇼핑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새로운 채널의 등장에도 홈쇼핑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믿을 수 있는 제품만 판매한다는 원칙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 성장을 이끈 고객은 단연 30~50대 여성고객이고 이들이 갱년기증후군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홈쇼핑의 방송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홈쇼핑업계가 2012년부터 최근까지 판매한 백수오 제품은 2,700억원에 이른다. 전액 환불을 실시하면 업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20년간 고객으로부터 쌓은 신뢰의 가치가 백수오 제품 판매액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전액 환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이제껏 백수오 제품을 판매해 얻은 수수료(판매가의 30% 내외)를 돌려주는 방안도 차선책이지만 묘안이 될 수 있다. 스무 살 성장통에 직면한 홈쇼핑업계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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