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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21일] 사업조정, 당국은 팔짱만 낄 때 아니다

“현재 문을 연 점포에 영업하지 말라고 말할 근거는 사실상 없어요. 중소기업청에 물어봐도 딱 부러지는 의견을 듣기도 힘들고….” 최근 한 대형할인점이 서울 대방동에 낸 기업형 슈퍼마켓(SSM)를 두고 서울시 담당자는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곳 SSM은 이달 초 대방동 일대 영세상인들이 중소기업중앙회에 영업을 막아달라며 사업조정을 신청했지만 접수를 받은 서울시가 실태조사를 나가기 전 이미 영업을 개시해 사업조정 대상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사업조정 대상에 대한 잡음이 커지자 중기청이 뒤늦게 대상시점을 ‘소상공인들이 중기중앙회에 접수한 시점’으로 번복했지만 실제 행정 일선 담당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세무서에도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는데 무조건 중지하라고 권고할 수 있나요. 참 난감합니다.” 최근 사업조정권이 중기청에서 각 시도지사로 이관된 후 칼자루를 쥔 지방자치단체가 어정쩡한 입장에 놓인 것이 서울시뿐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부산시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도 조정 대상시점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여러 시도에서 상공인들과 대기업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들은 지역 영세상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한편으로는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난감한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을 따진다면 중기청이 마땅히 행사해야 할 사업조정권을 큰 고민 없이 지자체에 넘긴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역별 사정을 고려한 이관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기업 경제활동은 각 시도가 자체 판단해 결정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중기청 관계자는 “의견조정이 안 될 경우 사업조정의 최종단계로 볼 수 있는 중기청의 사업조정심의위원회의 심의내용과 상관없이 각 시도지사가 알아서 조정권고ㆍ이행명령 등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피력했다. 스스로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언급이다. 이쯤 되면 중기청 스스로 누구를 위해 일하고 왜 존재하는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자체가 일관된 결정을 하도록 당국이 명확한 기준과 사전조정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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