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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원칙을 지키며 산다는 것


최근 미국의 골프 전문매체 골프닷컴은 '골프 이미지를 나쁘게 한 사람(You Give Golf A Bad Name!)' 10명의 이름과 직업, 그리고 그 이유를 소개했다.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아이돌 저스틴 비버는 골프코스에서 오랜 시간 통화를 하고 7부 바지인 카프리팬츠를 입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포츠 해설가 크리스 버먼은 코스에서 화려한 하와이풍 셔츠를 입은 것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명단에 포함됐다. 또 북한의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라운드에서 홀인원 11개를 포함해 38언더파 34타를 기록했다고 선전한 사실이 골프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줬다고 평가받았다.

골프에선 타인에 피해행위 엄격 제재

골퍼가 아니라면 골프코스에서 반바지나 화려한 셔츠를 입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한 자유가 억압된 상황에서 독재자의 라운드 기록을 세계 최저 타수로 조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골프에는 골프코스에 서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을 지키는지 감시하고 기록하는 심판은 없지만 모든 골퍼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의 심판자가 돼 정해진 원칙에 따라 경기를 치른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OB(아웃 오브 바운즈)는 OB다. 지위가 높아서, 권력자라서, 수천억을 가진 부자라서 등등의 이유로 벌타를 보태지 않는다면 원칙이 무너지고 결국 그 원칙을 지키려는 선량한 다수에 포함된 자기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다.

동호지필(董狐之筆)이란 말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사관인 동호가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 어떠한 권세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을 숨김이 없이 그대로 적었다는 데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또 서양에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잘못 알려진 '악법도 법'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고대 로마의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Dura lex, sed lex)'이라는 법률 격언에 근거한 것으로 자신에게 불리할지라도 정해진 법을 따르는 것이 옳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해진 원칙이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만 가혹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늘 자신이 그 엄격한 원칙의 예외가 되기를 바라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원칙은 집을 받치고 있는 대들보이고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다. 원칙을 경시하고 예외를 만들기 시작하면 집은 무너지고 사회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며 사는 법을 가르치는 산 교육의 도구가 바로 골프다.



골퍼가 지켜야 하는 원칙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도 있다. 플레이 순서를 지켜야 하고 퍼팅그린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의 퍼트라인 위에 서서는 안 되며 자신의 볼을 찾지 못할 염려가 있다고 생각될 때는 시간 절약을 위해 잠정구를 쳐야 한다. 벙커에서 나오기 전에는 후속 조를 위해 고무래로 발자국을 평탄하게 정리해놓아야 한다. 골프 규칙은 이러한 에티켓의 중대한 위반이 있을 경우 실격시킬 수도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공공정신 일상생활서도 지켜 나가야

여성용 티잉그라운드를 만들어놓는 것, 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플레이어가 먼저 치도록 하는 것 등도 약자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미덕이 담긴 장치들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원칙의 준수를 강제하고 교육하는 것이 골프의 매력이다. 골퍼들이 골프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골프를 권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원칙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돼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또 다른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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