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클렌저가 없는 인생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한다. 밤에 혼자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지운다. 그 시간의 은밀함과 신비함. 해방감과 긴장감이 양립할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에서도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저자 에쿠니 가오리가 흔하디 흔한 그러나 그녀에게는 하나 뿐인 일상의 유무형 소재에 대한 단상을 글로 풀었다. 할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레몬즙 짜개, 어릴 적 기억이 남아있는 꼬질꼬질 손때 묻은 곰 인형, 서랍 속 한 귀퉁이가 구겨진 편지, 초등학교 시절 싫어하던 학교를 좋아하게 된 스프링클러… 책 속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하찮아 보이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담겨 있는 ‘편애 리스트’다. 엉뚱한 듯 우아하고, 덤덤한 듯 애틋한 그녀의 소설들과 꼭 닮은 일상 속 에쿠니 가오리를 만날 수 있다. 한편 가오리는 오는 5월 열리는 ‘2009 서울 국제도서전’에 주빈국인 일본의 대표 작가로 한국에 처음 방문해 문학 콘서트, 사인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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