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 등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시우다드레알 공항 경매에 중국계 투자기관인 트자넨인터내셔널그룹이 응찰했다. 당초 법원이 내건 최저 예상가격은 4,000만유로였으나 트자넨 측은 불과 1만유로에 단독 응찰했다.
해당 공항은 부실운영으로 문을 닫은 후 2013년 12월9일 최저 예상가 1억유로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입찰자가 전무해 유찰됐다. 이후 법원은 최저 예상가를 낮춰가며 수차례 경매를 재추진했으나 적합한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매각이 불발되다가 거의 2년여 만에 응찰자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인수 제시가격이 턱없이 낮아 법원이 최종 낙찰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응찰가 1만유로로는 최소한의 채권회수라는 의미마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만유로 이상이 투입된 해당 공항 건설 과정에서 운영사 등이 진 빚만 해도 3억유로를 넘어선다.
주요 외신들은 시우다드레알 공항의 굴욕은 애당초 수익성이 거의 없는 사업을 당국과 민간 투자자가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공항은 수도 마드리드 중심부에서 209㎞나 떨어져 있다. 차량으로는 2시간반 넘게 소요된다고 한다. 수도권 공항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리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스페인고속철도(AVE)를 연결해 50분 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공항에서 고속철도역을 잇는 300m 길의 구름다리까지 지어놓았다. 그러나 정작 해당 역사는 수익성 등의 문제로 차질을 빚으면서 들어서지 못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공항에서 취항하겠다는 민간 항공사는 거의 없었다. 완공 후 이듬해인 2010년 6월 공항이 문을 열었지만 고작 한 곳만이 정식취항 계약을 맺었을 뿐이었다. 결국 4개월 뒤 국제노선 운항은 전면 중단됐고 이듬해 12월에는 국내선까지 포함한 모든 정기항공편 운항이 취소됐다. 공항은 결국 운영사와 함께 빚만 잔뜩 진 채 2012년 4월 문을 닫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연간 최대 1,000만명의 승객과 4만7,000톤의 화물을 처리하겠다던 이 공항은 문을 닫을 때까지 연간 방문객이 수천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최초의 민영공항이라는 명분이 무색할 정도로 관할 지방정부인 카스티야라만차주 등이 대규모 자금지원을 했다가 함께 부실을 떠안고 재정난에 처했다. 지난해 유럽법원의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은 회원국 중 공항사업 지원에 가장 많은 돈을 낭비한 나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처럼 공공 부문은 손실을 떠안았지만 일부 민간 건설사들은 짭짤한 이익을 봤다. 무리한 사업을 밀어붙였던 투자자 중에는 건설계약 수주이익을 노린 건설사도 포함돼 있었다고 BBC는 과거 심층보도를 통해 고발했다. 애초부터 건설업자들을 위한 신공항 사업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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