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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ㆍ선생님보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이 편해요. 예전보다 싸우는 일이 많이 줄었어요."(조예은ㆍ용인 서원중 3학년)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또래 간 대화로 해결책을 찾는 '또래조정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 지난해와 올해 초 일부 학교에서 운영된 또래조정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또래조정 프로그램을 오는 2학기부터 전국 79개 초ㆍ중ㆍ고 시범학교에서 실시한다고 3일 발표했다. 시범학교는 학교당 예산 500만원을 지원받아 내년 1월까지 운영되며 경실련 갈등해소센터 등 민간 협력기관이 교육ㆍ연수ㆍ전문가협의 등을 지원한다.
또래조정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또래' 학생이 조정자가 돼 대화로 해결하도록 돕는 과정 및 활동을 말한다. 절차는 대체로 '조정신청-개별면담-단체면담-조정-합의'로 진행되며 갈등 당사자로 하여금 화해를 유도해 합의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경기도 용인 서원중의 이성은 교사는 "또래조정반이 생기고 나서 학생들이 나를 도와주는 이가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원중은 한 반에 1~2명의 조정자를 두고 있으며 현재 46명이 친구들의 어려움을 돕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김혜영양은 "친구들과의 문제에 선생님이 개입하던 때보다 훨씬 편안하게 문제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으며 조예은양도 "몸으로 싸우고 서로 보지 않던 일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평가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유종도 서울 관악중 교장은 "평소 문제를 일으키던 학생에게 조정자 역할을 맡겨 폭력과 같은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또래조정은 보조적 장치일 뿐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북 익산 성일고의 김세환 교사는 "또래조정만으로 학교 폭력 자체를 근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래조정 안건으로 다룰지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다룰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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