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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독지가가 남한산성 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12억원 상당의 토지를 경기도에 무상 기부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82세를 맞은 엄순녀(사진ㆍ서울 서초구 우면동 거주) 할머니. 도립공원내 사유재산 기부는 남한산성이 공원화 한 지난 37년 이후 엄씨가 처음이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엄씨는 남한산성 도립공원 내 위치한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일대 6필지 6,770㎡(시가 12억원 상당)를 도에 기부했다. 기부 계약체결은 지난해 12월 18일 이뤄졌다. 엄씨는 “남한산성 도립공원의 건전한 발전과 경기도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도는 엄씨의 기부가 사유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남한산성 도립공원 보존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며 반색하고 있다. 남한산성 도립공원의 면적은 3,645ha. 이 가운데 국유지가 798ha로 22%, 도유지가 147ha(4%)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에 해당하는 2,700ha(76%)는 사유지이다. 이에 따라 도는 그동안 계획적인 관리를 할 수 없었다. 공원내 사유재산은 자연공원법 등에 의한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제약을 받게 되므로 결국은 도가 매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엄씨의 기부는 남편인 고 김모씨의 유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남 원산 출신인 김씨는 6.25 전쟁 당시 월남해 유신화학과 정익기업 등을 창업했다. 김씨는 지난 1992년 타계하기에 앞서 “기업 활동을 위해 모은 재산이더라도 일정규모 이상이면 사유재산이 아니므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남편의 유언에 따라 엄씨는 지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홍산 사립박물관을 운영했으며, 2004년에는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수집된 토기와 금동관, 서화, 고문서 등 1,512점의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익명으로 기증한 바 있다. 엄씨는 1992년부터 홍산장학재단을 설립해 기초과학분야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매년 5억~7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장학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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