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날인 2일 오후. 사무실이 운집한 서울 강남역 주변에는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흡연 장소를 찾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이다. 예전 같았으면 흡연실이 마련된 카페에서 편안히 흡연을 즐길 수 있었지만 새해부터 소규모 음식점은 물론 커피숍이나 PC방까지도 별도 흡연실이 없으면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면서 생긴 진풍경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페나 커피숍에서 흡연을 즐기던 이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이다. 결국 손에 담배를 쥔 직장인들은 단속을 피해 구석진 골목 어귀나 상점 앞에서 재빨리 흡연을 한 후 자리를 떴다.
직장인들이 많이 모인 서울 광화문과 서대문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흡연장소를 찾다 찾다 못해 그냥 거리에서 담배를 물어 불을 붙이거나 골목 깊숙한 곳에서 추운 날씨 때문인지 발을 동동 구르며 흡연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앞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8)씨는 "이 카페에 흡연실이 있어서 자주 왔는데 더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추운데 담배를 나가서 피우고 돌아와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23)씨도 "담뱃값도 올랐는데 PC방·식당에서도 이제 못 피운다던데 정말 어디 편하게 앉아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고 있다"며 "흡연자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불평했다. 대낮 흡연자들의 '길빵(길거리 흡연의 속어)'에 비흡연자들도 불만이다. '길빵'이 늘어나다 보니 거리를 걸으면서 맡게 되는 담배연기도 그만큼 많아진 탓이다. 카페 업주 등 상가들도 매출 하락 우려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구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별도 흡연실을 설치할 여유가 없어 흡연 손님들이 크게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담뱃값 인상 여파로 담배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담뱃값 2,000원이 인상된 지난 1일 시중 편의점의 담배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A편의점사의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 58.3% 줄었고 B편의점업체의 판매량도 54% 감소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구입을 주저하는 비중이 늘고 새해 들어 아예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담배 판매량이 당분간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중순 이후부터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담뱃값 인상 전에 담배를 비축해놓았던 고객들이 다시 담배를 구입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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