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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0월18일] 존 왕 & 세금


사악한 왕위 찬탈자. 배신과 음모로 점철된 흉악범. 영국 국왕 존(John)에 대한 인식이다. 로빈 후드에 나오는 악덕 군주의 모델이 바로 존이다. 실제로 그랬다. 1199년 등극 이후 1516년 10월18일 사망하기까지 백성들에게 세금을 쥐어짜고 귀족의 부인들을 욕 뵈어 수많은 사생아를 낳은 장본인이니까. 존의 악행 시리즈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부친 헨리 2세와 형인 사자왕 리처드를 배반하고 조카를 짓눌러 왕위에 오른 뒤 프랑스와 전쟁을 펼쳐 노르망디를 포함한 영국 왕실 소유의 대륙령을 대부분 잃었다. 실지왕(失地王)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국인들이 꼽은 역사상 최악의 군주지만 그는 경제사에 뚜렷한 자취를 두 가지 남겼다. 첫째는 마그나 카르타. ‘세금이 없으면 대표도 없다’는 미국 독립운동의 구호도 마그나 카르타의 정신을 본뜬 것이다. 존이 마지못해 서명한 마그나 카르타의 정신은 현대 법치국가와 시장에 흐르고 있다. 원하지 않았지만 존은 경제 근대화ㆍ현대화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두번째는 관세. 이전까지 부정기적이고 지역에 따라 차등적으로 징수되던 관세를 존은 1파운드당 12실링이라는 세율을 매겨 거뒀다. 습관을 의미하는 단어 ‘custom’에 관세라는 뜻이 추가된 게 이때부터다. 관세는 지금도 세계 주요국 예산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가로서 존의 면모는 또 있다. 해군의 힘을 중시해 건설한 조선소들은 1ㆍ2차 대전은 물론 오늘날까지 영국 조선업계의 핵심으로 손꼽히고 있다. 존을 영국 해군의 아버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욕심만 앞섰지 무능하고 실패한 왕으로 지목되는 존. 그는 과연 실패 사례일까. 그렇다. 실속보다 겉치레와 외부 평가를 중시했기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심성은 존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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