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무대 뒤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위해 주식가격이나 보여주는 '쇼 룸'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운영하고 있는 NYSE유로넥스트의 던컨 니더라우어 최고경영자(CEO)가 한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소비자들이 대형 가전양판점 베스트 바이에서 TV모델을 고른 뒤 실제 구입은 가격이 보다 낮은 아마존에서 하는 것처럼, 주식 투자자들이 NYSE에서는 가격만 참고하고, 거래는 비용이 적게 드는 '다크풀(dark poolㆍ장외익명거래)'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증권거래소인 '빅 보드(Big Board)' NYSE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로존위기 등으로 인해 주식거래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익명의 거래를 보장하는 다크 풀은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도이체 뵈르제(독일증권거래소)와의 합병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불허 당했다. 또 올해 기업공개의 최대어로 꼽히는 페이스북은 나스닥으로 넘어갔다.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NYSE는 주식거래에 의존하는 대신 트레이딩 솔루션, 거래서비스 등 기술부문과 데이터비즈니스 등 부가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태. 그러나 주력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분기 순이익 44% 급락= NYSE유로넥스트의 지난 1분기 매출은 9억5,200만 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17% 감소했다. 순이익은 8,700만달러로 전년의 1억5,500만 달러에 비해 44% 줄었다.
부진한 실적의 가장 큰 원인은 주식거래 부진이다. 지난 1ㆍ4분기 미국에서의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이 18억주로 저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전 분기에 비해 16% 감소했다.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3.7%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35%를 넘었던데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유럽의 하루 평균 거래규모도 1,600만주로 전년의 1,800만주에 비해 감소했다 이 회사는 유럽에서 파리, 리스본, 브뤼셀,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를 운용하고 있다.
1,600만달러에 달하는 도이치 뵈르제와 합병무산에 따른 비용도 실적악화의 또 다른 요인이다.
◇시장 잠식하는 다크 풀= NYSE의 고민은 이러한 주식거래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 규제완화의 틈을 타 등장한 다크 풀이 급성장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을 끌어가고 있다.
로젠 블래트 시큐러티의 분석에 따르면 크레딧 스위스가 소유하고 이는 크로스 파인더, 골드만삭스의 시그마 엑스 등 주요 40개 다크 풀 업체들은 지난해 말에는 전체 주식거래에서 14%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 4%에 불과했던 데 비해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 다크 풀 업체들은 값싼 거래비용과 익명성을 무기로 초고단타 거래자(High frequency traders)들과 기관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NYSE로서는 이들과 경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NYSE는 다크 풀도 거래소처럼 운영하는 만큼, 동등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니더라우어 CEO는 "금융위기 이후 거래 투명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다크 풀로 인해) 갈수록 어두워지고,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활로 모색하는 빅 보드= NYSE도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다. 거래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전자거래업체인 아키펠라고, 2008년 아메리칸 스톡 익스체인지를 합병했다. 또 파생상품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파생상품은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레이드 중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을 전세계를 상대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래리 레보비츠 NYSE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체 매출의 50%가 더 이상 달러베이스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NYSE는 오는 2014년까지 이 분야의 매출을 1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모닝스타의 개스턴 세론은 "만약 NYSE가 비 트레이딩 부문, 특히 테크놀로지 서비스에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전체적인 기업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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