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자물가가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8월 100.1(2005년=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2.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7월 감소폭(-2.2%)을 능가하는 것으로 197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일본의 물가 하락은 6개월째 지속되고 있으며 5월부터 4개월 연속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의 가파른 하락세는 유가가 떨어진 것도 원인이지만 제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이 높은 실업률과 임금삭감으로 구매력이 줄어든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가격을 다투어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3'의 가격을 낮춘 데 이어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플레이어(PSP)'의 가격을 15% 인하했다. 라이벌 닌텐도 역시 게임기 위(Wii)를 10월1일부터 2만엔으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최대 캐주얼 의류 체인점인 패스트리테일링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특히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디플레이션 흐름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발표되는 8월 실업률이 5.8%를 기록해 전달(5.7%)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8월 임금 수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낮아져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물가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지출을 줄임으로써 간신히 2005년에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모리타 교헤이 도쿄 바클레이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가 실업률과 임금삭감을 해결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면서 "가계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현재의 디플레이션이 또 다른 디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라카와 마사키 일본은행(BOJ) 총재도 최근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J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준금리를 0.1%로 낮췄으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시라카와 총재는 "경제가 회복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제럼 도쿄 매쿼리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했다. 내년부터 최소한 3년은 물가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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