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이어 GM마저…" 유령타운 전락우려 확산<br>GM, 폰티악 브랜드 폐기 발표에 "올것 왔다" 시민들 충격<br>공장들 잇단 가동중단… 북적대던 주차장 흉물스럽게 비어<br>시장 보궐선거서 노조 지지 후보 이례적으로 낙선하기도
| 디트로이트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떨어진 폰티악 시의 지난 6일(현지시간) 중심가 모습. 거리는 인적이 드물어 유령의 도시처럼 썰렁했다. 폰티악=권구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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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트로이트에서 20분 거리의 워런에 위치한 크라이슬러 트럭 공장.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가동이 중단됐으며, 도지 램과 도지 다코타 등을 만든‘세계 최고의 트럭 공장’ 이라는 현수막만이 뎅그러니 걸려 있다. 워런=권구찬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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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의 본고장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폰티악(City of Pontiac). 70년대 근육질의 '머슬카(muscle car)'로 전성기를 구가한 제너럴모터스(GM) 주력 브랜드 폰티악이 탄생한 고향이다.
디트로이트 위성도시로 인구 6만 명의 폰티악 지역 사회는 GM이 지난달 27일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폰티악 브랜드 폐기를 공식 발표하자 "결국 올 것이 왔다"며 큰 충격에 빠졌다. 폰티악 소재 지역 신문인 '오크랜드 프레스'는 지역 사회에 드리운 암운을 "황금 알이 깨졌다(The golden egg cracked)"고 표현했다. .
지난 1926년 탄생해 80여년 동안 지역 경제를 먹여 살려 온 폰티악의 브랜드 폐기로 수천명의 일자리가 위태롭게 되는 것은 물론 지역 사회의 자존심까지 함께 무너졌다. 폰티악 시에는 폰티악 조립 센터와 차체 제작공장 등 2개의 GM 공장이 운영되고 있으나 공장이 일시 가동 중단될 지 아예 완전 폐쇄될 지는 GM의 운명처럼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중심지에 위치한 GM 본사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두렵고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이달 말인 GM의 구조조정 완료 시한이 다가오면서 디트로이트와 인근 위성도시는 실직의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 4월30일 크라이슬러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디트로이트 지역사회는 GM이 크라이슬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어느 공장이 문 닫는다더라 식의 흉흉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크랜드 프레스는 이를 두고 "GM 근로자들은 지옥과 천당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디트로이트 도심에서 북쪽으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워런(Warren) 소재 크라이슬러 트럭 조립공장. 지난해까지 하루 3조 2교대로 운영하다 연초 들어 2조 1교대로 줄인데 이어 파산보호 신청 이후 공장 문을 닫았다.
근무 교대 시간에 3.000여명의 근로자로 북적대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길 건너편 주차장은 흉물스러운 철조망 문만 굳게 닫힌 채 덩그러니 비어있었다. 공장 담장에 걸려 있는 '세계 최고의 메이커가 만드는 세계 최고의 트럭 '다지 램'의 고향'이라고 쓴 플래카드 문구가 무색하기만 하다.
직원 주차장 옆 한 편의점의 매니저는 "공장 문을 닫기 전에는 하루 최소 200여명의 손님들이 들락거렸으나 5월부터는 하루 40~50명으로 뚝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 공장이 언제 문을 열지 아무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샌디 양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GM의 북미 공장 대부분은 이달 초부터 최장 10주까지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쌓이는 재고를 견디다 못해 여름 철까지 19만대의 생산량을 감축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번 조치는 가뜩이나 취약한 디트로이트 경제를 빈사 상태로 몰고 가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14%로 미국에서 가장 높다. 빅3의 구조조정 속도를 본다면 내년까지 2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 언론들은 GM이 크라이슬러에 이어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워런과 레이크 오리온, 폰티악 등 다른 위성도시도 70년대 이후 몰락의 길로 접어든 디트로이트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지역 최대 신문사인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GM이 공장을 폐쇄하면 지역 경제는 재앙이 되고, 지역 사회는 '유령 타운(ghost town)'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UAW(전미자동차노조) 본부 건물 앞에서 만난 60대의 퇴직 근로자는 "노조가 회사를 경영을 하면 더 잘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민들은 노조 경영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지난 5일 치러진 디트로이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반 UAW 기류를 잘 보여준다. 시장 선거결과 UAW가 지지를 선언한 의회 의장 출신의 케네스 코크넬 임시 시장이 낙선하고 철강 회사를 운영하는 정치 신인이 당선됐다.
10%이상 격차를 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고 데이브 빙 후보가 오히려 4%p 가량 앞서며 당선됐다. 그는 유세기간 중 "디트로이트에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미시건주지사 자문위원이자 디트로이트 한인 신문사를 운영하는 김택용 사장은 "UAW가 지지한 후보의 낙선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는 UAW 세력 약화를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현대차 노조가 UAW와 제휴를 모색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를 방문하자 현지 언론들은 "노조도 자동차처럼 외국에서 수입하냐"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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