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클 다운' 부자위한 정책… 경제난 극복 정부 역할 강화
고소득자에 최소 30% 세율… 알카에다가 미국 최대의 적
● 롬니
지난 4년 고용·소득증대 실패… 기업·민간 경제활동 보장해야
자본소득 등 전국민 세금감면… 러시아·중국에 강경 입장을
본선 레이스에 돌입한 올해 미국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색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6일 밤(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직 수락 연설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방을 주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롬니 공화당 후보에 대해 중산층이 겪는 고통과 동떨어져 있어 그것을 치유할 방법을 알지 못하며 공화당이 주장하는 낙수효과(trickle downㆍ트리클 다운) 경제는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롬니 캠프는 오바마는 일자리 창출, 재정적자 감축, 국민소득 증대에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지금은 그가 새로운 약속을 할 시점이 아니라 지키지 못한 약속을 고백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공방은 앞으로 펼쳐질 양측의 날 선 대립의 예고편이다. 오바마는 전통적인 기반인 소수계, 중산층 이하, 비교적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복원하기 위해 진보적인 정책을 제시해왔다. 반면 롬니는 공화당 주류 보수세력을 결집하고자 중도적 색채를 버리고 한층 보수색채를 짙게 했다. 지지기반도 백인, 중산층 이상, 중ㆍ장년층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이러한 이념과 지지기반 차이는 정책 차별화로 연결되며 두 후보의 후보수락 연설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롬니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에서 오바마의 집권 4년을 '잃어버린 4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되돌려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미국의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더 시간을 줘야 한다며 '또 다른 4년(4 more years)'이라는 구호로 맞받아쳤다.
두 후보는 또 모두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인 경제 문제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 경제 재건을 외치고 있지만 해법 역시 판이하다. 오바마는 미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1930년 대공황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했던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 반면 롬니 후보는 기업과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작은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금ㆍ사회보장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은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는 최소 30%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롬니는 전국민의 세금감면이 필요하며 자본소득, 부동산 세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롬니 후보는 이와 함께 집권하면 첫날 건강보험 개혁,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현행 제도로는 늘어나는 국가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저소득층과 노년층의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도 대폭적인 수술을 약속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공화당의 세금정책이 부유층을 위한 것이고 노인ㆍ빈곤층ㆍ장애인을 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없애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롬니 후보가 알카에다 대신 러시아를 미국 제1의 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며 외교 초보라고 몰아세웠다. 롬니는 강한 미국과 미국 예외주의를 내세우며 러시아와ㆍ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초강대국의 위상을 지켜나가겠다고 공언했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 후보는 더욱 상대방과의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다음달 열리는 후보토론회 등을 통해 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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